수필가 피천득 선생은 수필 '인연'에서 "맛은 감각적이요. 멋은 정서적이다. 맛은 적극적이요, 멋은 은근하다"고 했다. 대구의 대표 먹거리타운인 들안길 입구에 있는 '한우 반마리'는 처음 시작한 곳에서 11년째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믿음직스럽다. 무엇인가 비결이 있다. 단골손님은 그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음식의 맛과 멋이 승화된 곳'이란 사실을.
◆주인이 직접 싱싱한 채소 재배
한우 반마리(사장 강희영)는 들안길네거리 부근에 있어 찾기가 쉽다. 노란색 간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조금 이른 점심시간이지만 벌써 주차장에 차량이 즐비하다. 식당은 탁자식과 테이블식이 반반이다. 따스한 온돌방에 자리 잡았다. 곧바로 기본 상차림이 시작된다. 포장한 수저 세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첫인상이 좋다. 음식에 대한 기대감이 솟는다. 상차림도 풍성하다. 바구니에 가득 담긴 상추와 치커리, 노란 배추, 풋고추는 싱싱하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강 사장이 직접 가창 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손님상에 올린다. 강 사장은 "무농약으로 직접 농사지은 것이라 손님들이 좋아한다"고 설명한다. 부추와 양파를 섞은 겉절이는 고기 맛을 높여주는 보조 역할을 한다. 겨울 별미 과메기도 한 접시 선보인다. 식사 전 맛보기 음식이다. 양념게장도 입맛을 유혹한다. 직접 만든 양념으로 간을 해 많이 먹어도 짜지 않고 입맛을 끈다. 한 번 맛보면 리필 요청이 잇따른다. 샐러드도 싱싱한 채소에 독특한 소스로 맛을 내 인기다. 곧이어 마블링이 선명한 갈빗살 한 접시와 약간 검붉은 빛을 띠는 안창살과 주먹시가 등장한다. 손님들의 우~와! 하는 탄성이 쏟아진다. 최상품이란 생각이 든다. 불판 위에 몇 점 올려놓으니 금방 노릇하게 익는다. 한우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피어나면서 시장기를 재촉한다.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강희영 사장은 "육질이 부드러워서 살짝 익혀서 먹어야 한다"며 한 점씩 권한다. 노릇하게 익은 안창살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기분이 황홀해진다. 부드럽게 씹히는 느낌과 특유의 육즙 맛에 빠져 몇 번 씹다 보면 입안에서 없어진다. 소스 간장과 맛소금, 기름장이 별도로 차려져 있어 입맛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예쁜회 10년째 단골손님
갈빗살의 맛은 또 다르다. 씹는 느낌과 풍부한 육즙 맛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집 원장모임인 '예쁜회' 회원들은 오랜 단골손님이 된 이유를 설명한다.
솔지어린이집 김자윤 원장(수성대 교수)은 "언제나 최고 품질의 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고기 숙성의 노하우로 풍부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감칠맛이 일품이라 먹을 때마다 황홀한 느낌을 선물해 준다"고 평가한다. 주인이 가창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무공해 채소 자랑도 쏟아진다. 하늘어린이집 김미영 원장도 "갈빗살의 마블링이 마치 초코파이에 들어 있는 마시멜로 같은 모습이라 첫눈에 반한 후 단골이 됐다"며 "다른 집에서는 좀처럼 맛볼 수 없는 싱싱한 간과 처녑의 특별한 맛은 귀한 선물"이라고 말한다. 예쁜맘어린이집 선정은 원장은 "한우 반마리의 고기 맛을 보면 절대로 다른 갈빗집에 갈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라며 "고기를 실컷 먹은 후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그 맛이 그리워진다"고 설명한다. 김남숙 전 명성어린이집 원장은 "평소 채소를 즐기는 편이라 강 사장이 직접 가창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싱싱한 제철 채소들을 늘 먹을 수 있어서 최고"라며 "고기 맛이 부드러움과 풍성한 육즙을 자랑해 어린이와 어르신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어서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강 사장은 "최고 맛의 비결은 횡성과 안동 갈비를 사용하는데 모두 A+ 이상 등급의 고기를 이틀간 잘 숙성한 후 3일째 손님상에 낸다"고 설명한다.
◆누룽지탕 별미
한우 반마리의 음식 특징은 간이 세지 않으면서도 제맛을 낸다는 점이다. 음식점의 기본은 '밥맛'이 좋아야 한다. 한우 반마리는 밥맛이 좋다. 강 사장의 친정인 천안 아산에서 부모님이 직접 농사지은 쌀이다. 고슬고슬하면서 반지르르 빛이 난다. 포만감이 느껴지지만, 별미로 소문난 누룽지탕 맛을 봐야 한다. 누룽지탕은 12가지 잡곡을 갈아 마치 영양 죽처럼 만들어 구수한 맛이다. 부드럽고 구수해 속이 편안해진다. 구수한 된장에 국수를 말아먹는 '된장국수' 맛도 일품이다. 점심 특선은 6천원이다. 육개장과 곰탕, 산채 된장, 동태탕, 조기매운탕 등 매일 다른 메뉴다. 점심 특선을 즐기러 오는 단골도 많다. 갈빗살은 1인분(100g)에 1만8천원이다. 원래 2만2천원이었지만 개업 10주년 기념으로 가격을 내렸다. 한우 안창살과 주먹시는 각각 2만8천원, 한우 특갈빗살은 3만원이다. 식사류는 소고기 찌개 8천원, 누룽지 5천원이다.
사진'박노익 선임기자 noik@msnet.co.kr
▷규모: 좌석식 50석, 입식 50석
▷주차장: 30대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10시(연중무휴, 명절은 당일만 휴업)
▷예약: 053)761-6168. 대구 수성구 들안로 129(중동)
◆'이맛에 단골!' 코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친목단체, 동창회, 직장, 가족 등 어떤 모임도 좋습니다. 단골집을 추천해주시면 취재진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지면에 소개해 드립니다.
▷문의 매일신문사 특집부 053)251-1582~4, 이메일 inf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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