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 고위 정책 당국자가 AI 산업에서 발생한 세수를 활용해 국민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국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 〈블룸버그통신 5월 12일 보도 일부〉
"김 실장이 이를 부인하고 초과세수 배당 검토 주장이었다며 해명 아닌 설명을 친절하게 했고, 관련 보도까지 났음에도 여전히 이런 음해성 보도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 〈이재명 대통령, 5월 13일 X게시물에서〉
지난 12일 코스피의 대대적인 하락이 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시한 '국민배당금' 제안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시되자,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이를 반박하는 등 정부의 과격한 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공산당'·'수금' 등 공세를 펴는 야권과 '음모론'·'가짜뉴스'라며 이를 받아치는 여권 간 공방도 점차 격화하는 양상이다.
◆외신도 주목한 '국민배당금' 제안…시장은 5% 널뛰었다
지난 12일 코스피는 엄청난 변동폭을 보였다. 전 거래일 대비 131.17포인트 오른 7953.41로 개장한 코스피는 초반 7999.67까지 상승하며 이른바 '팔천피' 달성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불과 한시간여 만에 급전직하한 지수는 장중 5.1%떨어져 7421.71선까지 밀렸고, 이후 낙폭을 일부 회복하며 7643.15에 마감됐다.
이날 등락폭인 577포인트를 환산하면 전날 코스피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약 458조 5천300억원에 달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널뛰기'가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전날 페이스북에 게시한 'AI 국민배당금' 발언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실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AI(인공지능)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다"라며 '국민배당금' 설계를 제안했다.
김 실장은 "인공지능 인프라 공급망에서의 전략적 위치가 구조적 호황을 만들고, 역대급 초과 세수로 이어진다면, 돈을 어떻게 쓸지는 응당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이 과실은 반세기에 걸쳐 전 국민이 함께 쌓은 기반 위에서 나온 것인 만큼 일부는 구조적으로 국민에게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제안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배 급증하고,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가 239조원에 달하는 등 반도체 업계의 역대급 실적 호조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기까지 업계 대부분의 기술을 보유한 만큼, 기존의 순환형 수출 구조가 기술독점경제식 신산업 인프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시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김 실장이 글에서 '초과이윤', '환원' 등의 표현을 사용한 점이 정부가 AI 관련 산업에 대한 새로운 환수 정책 시행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져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김 실장과 청와대 등의 수습에 증시가 반등한 것도 앞선 하락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논란이 일자 김 실장은 "기업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AI 산업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고 해명했고, 청와대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하며 관련 정책의 내부 논의·검토를 거친 점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주요 외신 역시 김 실장 발언을 옮기며 이를 외국인들의 투자금 회수 원인으로 지목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AI 이익 국민배당 구상에 요동치는 한국 증시'라는 기사에서 김 실장 발언을 집중 조명하며 "AI 호황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기업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에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김용범 글은 개인 의견, 블룸버그 보도는 가짜뉴스?…외신과도 '기싸움'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증시 수백조원이 증발했다는 인식이 퍼지자, 정부는 단순 수습을 넘어 이를 비판하는 보도들을 '가짜뉴스'라고 규정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X(엑스·옛 트위터)에 '여론조작용 가짜뉴스 안됩니다' 제하의 글에서 "김 실장이 한 말은 AI부문 초과이윤으로 발생하는 국가의 초과세수를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인데, 일부 언론이 이 발언을 편집해 '기업의 초과이윤을 국민배당하는 방안 검토를 주장했다'고 음해성 가짜뉴스를 유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적 비난이나 비판도 사실에 기반하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해치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급기야 우리 정부는 블룸버그에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잘못된 해석으로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블룸버그에 "김 실장의 개인 SNS 게시물을 보도한 방식에 심각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전달한다"는 취지의 서한을 전날 발송했다고 한다.
블룸버그 측의 '부정확한 프레이밍'이 시장에 실질적인 혼선을 초래하고 투자 심리에도 분명한 부정적 영향을 미쳤으므로, 블룸버그가 이를 인정하고 시장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는 게 청와대 측 설명이다.
또한 청와대는 블룸버그의 '잘못된 해석으로 이 같은 프레임이 퍼져 시장의 안정성과 국가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원문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적 책임'이라는 취지로도 따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블룸버그 측은 청와대의 서한에 아직 회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금' '조폭' 野 공세 VS '억지 선동' '옳은 말씀' 與 두둔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의 발언과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한 공세·두둔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십조 손실을 불러올 삼성전자 파업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데도 이재명은 '수금 욕심'밖에 없다"며 "김용범의 '국민배당금'이 바로 이재명의 본심"이라고 직격했다.
장 대표는 "초과 이윤이든, 초과 세수든, 이재명이 잘해서 번 돈이 아니다. 애당초 이재명과 민주당은 숟가락 얹을 자격도 없다"며 이같이 날을 세웠다.
장 대표는 "지금은 잘나가는 삼성과 하이닉스지만, 불과 3~4년 전만 해도, 세계적인 반도체 불황으로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그때 국민의힘이 반도체 산업 살리기 위해 'K-칩스법'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재벌특혜'라며 악착같이 반대했다"면서 "우리 당이 끝까지 노력해서 'K-칩스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올라탈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도체뿐만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 같은 미래 투자에 민주당은 늘 반대만 해왔다"며 "문재인의 탈원전이 성공했다면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가능했겠나"라며 "반도체 R&D 52시간 예외'는 (민주당이) 지금까지도 반대하고 있다. 번번이 훼방만 놓고는 마치 자기들이 잘해서 번 돈처럼 강제로 뺏어가겠다는 발상 자체가 전형적인 조폭 마인드"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장 대표는 청와대의 블룸버그 서한 발송과 관련, 지난 15일 "정부가 언론의 보도 방식에 우려를 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언론을 위축시키는 압박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도 지난 13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드라마 야인시대 보면 종로의 우미관 패거리 등이 (다른 패거리가) 쳐들어오면 때려주며, 상인들을 관리해주고 세금 내라 한다"며 "(국민배당금은) 법정 세금이 아니라 그냥 울타리 쳐주고 받자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간보기 식으로 김용범 정책실장이 척후병 역할을 했다. 국민배당금 제도에는 이 대통령이 구상했던 국민배당, 기본소득이 녹아 있다"며 "임기 초 반도체 호황이 얻어걸리자 이걸 바탕으로 국민 배당하겠다는 큰 틀의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권에서는 김 실장의 발언을 두둔하는 입장이 줄을 이었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김 실장 글 하나 때문에 코스피가 폭락한 것처럼 몰아간다. 억지 해석"이라며 "시장 전체 흐름은 외면한 채 정치 프레임만 씌우고 있다. 팩트까지 왜곡하며 시장 불안까지 키우는 건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적었다.
국회 예결위원장인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14일 MBC라디오에서 "성장의 과실이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환류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된다는 것은 이미 국정 과제"라며 "높은 생산량이 발생하고 초과이윤이 발생하면 이것을 통해서 기본소득을 줘서 국민의 삶을, 사람의 삶을 안정시켜야 된다는 논의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도 KBS라디오에서 "AI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그 기업들이 정부에서의 보조 그리고 전기세 등 여러 가지 혜택을 받고 있지 않느냐. 국민들이 주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초과 이익에 대해서는 국민 배당을 하자 하는 것은 지극히 옳은 말씀"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여당 지도부는 관련 발언을 자제하면서 제도 도입 역시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해당 이슈가 선거 판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청래 대표는 13일 기자회견 중 "솥뚜껑을 먼저 열면 밥이 되기 전에 설익어버린다"며 "(국민배당금 제도는) 학문적 고찰이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 역시 이어진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전혀 논의한 바 없고. 논의할 계획도 아직은 없다"며 "학계에서 고민을 더 폭넓게 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일축했다.
































댓글 많은 뉴스
TK신공항 '막힌 실타래' 풀릴까…李대통령, 예정지 찾아 "사업 지연 안타까워"
김부겸 "박근혜 전 대통령 뵙고 싶다…낙선 후 경기도 양평 이사, 죄송"
李대통령 깜짝 방문에…"경제 살려줘서 고맙다"·"밥 짓다 뛰어왔다"
"대통령도 죄 지으면 감옥 가자" vs "그래서 尹이 감옥 갔다"
"이번엔 세금 쓰지 마"…이승환, '대관 취소' 구미시장 상대 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