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 만나다 헤어진 친구 오빠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한 번만 병문안 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에 못 이겨 병문안을 갔다가 한 병실에 누워 있던 친구 오빠의 직장선배인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절친한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어깨동무를 하고 오는데 음주운전 트럭이 인도로 덮쳐 두 사람이 함께 입원하게 되었다고 했다.
21살, 첫눈이 내리던 날 병실문을 들어서는 순간 그가 환하게 웃으며 내 이름을 불렀다. 함께 입원한 친구 오빠에게 하도 이야기를 많이 들어 딱 보니 알아보겠다며 너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팔다리가 길고 웃는 모습이 멋진 나의 이상형이었다. 일주일 후 크리스마스 이브,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자며 친구와 함께 병원에 와 달라고. 난 딱 잘라 거절했다. 병원에 있던 몇 달 동안 친구 오빠에게서 10여 통 넘게 편지가 왔지만 그 편지는 내 마음을 더 굳게 닫아버렸다. 몇 달 후 그가 퇴원한다며 꼭 할 말이 있으니 한 번만 만나자고 부탁하여 못이긴 척 나갔다. 그는 이제껏 팔이 불편했던 친구 오빠 대신 자신이 모든 편지를 적어 준 것이라고 말하며 꿈쩍도 않는 내가 고마웠다며 "우리 한번 사귀어봅시다"라고 말했다.
그 후 3년의 연애 끝에 "나로 인하여 눈물 흘리게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고백을 믿고 양가 부모님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어느새 결혼 25주년, 우린 두 아들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서로서로 땡 잡았네"라고 인정하며 지금도 웃을 수 있으니 우리의 결혼은 분명 운명인가 보다.
김진란(대구 북구 관음동로)
◆'우리 가족 이야기' 코너에 '나의 결혼이야기'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사랑스럽거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결혼 과정과 결혼 후의 재미난 사연을 기다립니다.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채장희(대구 달서구 송현7길)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2014년부터는 새로운 도로명주소로 기재해 주십시오.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차문 닫다 운전석 총기 격발 정황"... 해병대 사망 사고 원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