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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청바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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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기타, 생맥주와 함께 청바지는 1970년대 청년 문화의 상징이었다. 장발 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메고 다녀야 대학생다웠던 시절이었다. 청바지는 그토록 선풍적인 유행을 불러일으키며 전후 세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광부의 작업복이었던 청바지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1950년대이다. 그때 청바지는 무례하고 괴상한 서양인의 옷차림으로 여겨졌다. 1970년대 들어서도 어른들 눈에는 청바지가 건방지고 불량한 젊은이들의 옷으로 비쳤다.

그러나 청바지는 유신 체제와 독재에 항거하는 청년 학생들의 전유물이기도 했다. 기성세대의 획일적인 통제 문화와 고루한 사회 가치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표상이었다. 이제는 50, 60대가 된 당시 베이비붐 세대에게 청바지는 여전히 낭만과 추억의 대상이다.

청바지를 즐겨 입은 청년 문화는 송창식, 김세환, 윤형주, 양희은, 김민기, 김광석 등 통기타 가수들을 탄생시켰고, '바보들의 행진'처럼 파격적인 테마의 영화를 등장시켰다. 대학가요제가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개그라는 새로운 장르가 방송계를 강타했다.

청바지에 익숙했던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도 스스로를 특별한 세대라고 여긴다. 그래서 오늘날 신세대의 첨단 문화와 급속한 유행의 조류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다.

지난해 가을 취임한 대구문화재단의 문무학 대표가 '대구 문화에 청바지를 입히자'는 젊고 역동적인 슬로건을 내세웠다. 문화를 통해 보다 긍정적이고 창조적이며 자유분방한 대구의 미래 이미지를 창출하자는 의도이다. 청바지는 아직도 이렇게 젊음과 낭만 그리고 창조의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즐겨 입는 30대 후반의 마테오 렌치가 총리로 지명됐다. '청바지 총리'가 이끄는 젊은 내각이 이탈리아의 부패를 타파하고 경기 침체와 실업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북한 청년들도 청바지를 좋아한다고 한다. 북한 당국이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고 해서 규제를 하고 있지만, 몰래 입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1970년대 남한에서와 같이,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될 당시 러시아에서 그랬듯이, 북한에서도 청바지가 위력을 발휘할 날이 곧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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