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천시민들은 8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치열하게 붙었던 출마자들이 이번 6'4 지방선거 김천시장 선거에도 모두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 대진표는 같지만 상황은 많이 변했다. 당시 당선됐던 시장은 이번에 현역 프리미엄을 잔뜩 등에 업고 3선을 선언했고, 8년 전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두 명의 출마자가 재도전하는 형국이다.
◆8년 전과 판박이
6월 치러질 김천시장 선거에 재선의 박보생 현 시장과 최대원 고려장학회 이사장, 김정국 전 김천시의회 의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결국 선거 구도가 지난 2006년 4대 김천시장 선거의 재판 형식으로 짜였다. 당시엔 한나라당 후보였던 박 시장이 무소속 단일후보였던 최 이사장과의 대결에서 신승했다. 표차는 2천500여 표 차에 불과했다. 김 전 의장이 선거 막바지에 갑자기 후보직을 사퇴하고 최 이사장 지지를 선언하면서 무소속 단일화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 이사장은 8년 만의 설욕을 자신하고 있다. 그는 "당시엔 한나라당 공천을 내가 받기로 결정이 난 상태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가 불거지는 바람에 막판에 떨어졌다. 하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색이 짙은 지역에서 끝까지 결과를 모를 정도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지지층이 건재한데다 최근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박 시장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자신이 최종 공천권을 따낼 수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박 시장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시장은 "이철우 국회의원과 관계가 좋지 않다는 말은 상대 후보들이 지어낸 흑색선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도 "박 시장과 관계가 나쁠 이유는 없다. 공천은 공정한 경선에 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은 2010년 재선에 성공하며 지난 8년 재임 기간 동안 무난하게 시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김천혁신도시 건립을 마무리하고, ▷전국체전 성공 개최 ▷현대모비스와 KCC 등 대기업 유치 ▷김천일반산업단지 조성 등 굵직한 성과를 바탕으로 3선도 8부 능선을 넘었다"고 자평했다.
이에 대해 최 이사장과 김 전 의장은 '3선 피로감'을 내세우고 있다. 박 시장이 8년간 지역 현안과 동떨어진 사업에만 매진하고, 특히 공격적인 시정보다는 전임 시장이 만들어놓은 것만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러 김천시가 상대적으로 후퇴했다는 점을 들었다.
김 전 의장은 "이번 선거에 나서면서 캐치프레이즈를 '8년 전보다 형편이 나아졌습니까?'를 썼다"며 "이는 지역 주민들이 박팔용 전 김천시장이 있을 때보다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서 그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경제회복이 최대 현안
김천시민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인구와 살림살이 걱정을 많이 했다. 최근 혁신도시 조성과 KTX 김천구미역 신설, 김천일반산업단지 2단지 조성 등 경제를 견인할 그릇들이 많이 마련되면서 이를 성장으로 이어줄 인물을 선택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치열한 정책 대결을 요구하는 김천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박 시장은 김천의 최대 현안으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그는 "1천980억원을 들여 조성 중인 김천2산단이 조성되고, 혁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총 8천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면서 "특히 오는 6월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통과가 확실시되는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가 생길 경우 지역 공단에 입주했거나 입주할 기업들의 뚜렷한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임 시장이 해놓은 밥그릇에다 숟가락만 걸쳤다'는 지적에 대해선 "화려함보다 내실 있고 실용적인 시정을 이끈 것에 대한 악의적인 주장에 불과하다"며, "김천시 자력으로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등 투자유치에 매진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기업하기 좋은 도시' 선정에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고 항변했다.
최 이사장도 일자리 창출을 김천의 최대 현안으로 들었다. 그는 "좋은 일자리만큼 더 큰 복지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때 20만 명을 자랑했던 김천 인구가 13만 명으로 줄었다. 시장이 되면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정책으로 고향의 기업 환경을 확 바꿔놓겠다"고 강조했다. 김천이 살기 위해서는 CEO 마인드가 시정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데, 기업인인 자신이 적임자라는 말로 해석됐다.
김 전 의장은 "김천시에는 부채가 없다. 살림살이를 잘했다기보다 그동안 한 게 없으니 돈 쓸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이래선 발전이 없다는 여론이 높다. 시민들의 여론을 잘 수렴해 김천이 꼭 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선 과감하게 소매를 걷어붙여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8년 전 사퇴한 것에 대해 그동안 후회를 많이 했다"면서 이번 선거에 출마한 것은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새누리당 공천 여부에 관계없이 끝까지 완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욱진 기자 penchok@msnet.co.kr
김천 신현일 기자 hyuni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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