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 디딜 틈 없는 법조·의료시장…'킬러 콘텐츠' 찾아라

위기의 엘리트 전문직, 치열한 생존경쟁

엘리트 전문직의 위기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고 앞으로 더 치열한 생존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피할 수 없는 위기라면 그 나름대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시장은 각 분야에서 20대 80의 사회(상위 20%가 전체 파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구조)로 치닫고 있다. 변호사'의사 등으로 대표되는 엘리트 전문직군 역시 10명 중 2, 3명만이 부와 명성을 누리는 치열한 경쟁사회에 놓였다.

경북대 사회학과 이동진 교수는 "변호사 수요가 개인 및 법인 사무실 형태에서 정부, 기업 등에 고용되는 형태로 법조시장이 더 다양화되고, 확대되어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호사들도 각자 살길 찾아야!

지역의 변호사들은 '이제 변호사 간판으로 떵떵거리던 시대는 지나갔다. 각자 능력에 따라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몇몇 변호사들은 "요즘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온갖 법률 지식을 습득하고, 스스로 소송을 준비하는 국민들도 많다"며 "법조인들만이 법을 주무르는 시대가 지난 만큼 이제는 변호사들도 각자 특화된 법률 분야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은 살길이 더 막막하다. 전국 개업 변호사의 82.7%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에 비해 대구경북은 470명으로 전국 1만5천965명 중 3.4%에 지나지 않는다.(표1 참조)

대구지방변호사회 직전 회장을 맡았던 장익현 변호사 역시 다양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호사도 '전문화'세분화'가 필요한 시대가 됐음을 강조했다. 장 변호사는 "법조시장이 다변화되고 있기 때문에 각자의 전문 파트를 살려서 경쟁력을 키워 나가야 한다"며 "지식재산권만 전문적으로 다루거나, 아파트 하자 보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등 변호사가 특정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능력을 가져야 살아남는다"고 조언했다.

올해로 대구에서 변호사로 15년째 활동하고 있는 윤지광 변호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변호사의 다양한 수요 확대를 요구했다. 윤 변호사는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법률 담당관을 의무적으로 뽑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대구광역시와 경북도는 법률 담당관(5급 사무관 별정직) 자리를 두고 있다. 변호사 중에서 1명을 뽑아 대구시 관련 법률 자문을 맡기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자문 변호사를 두고는 있지만 별정직 공무원이 아니다.

윤 변호사는 "전국의 기초자치단체가 별정직 법률 담당관(별정직 6급)을 의무적으로 뽑게 된다면 변호사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정(여) 변호사는 '마을변호사 제도'를 주장했다. 이 주장의 요지는 변호사 수가 늘어남에 따라 전국 무변촌(변론할 사람이 없는 마을)에 대해 권리를 지켜주는 변호사들이 각 마을이나 촌 단위로 계약을 맺자는 내용이다.

공무원, 경찰 등 국가기관에서는 오히려 역으로 변호사들의 채용 조건을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다. 경찰에서는 경감으로 채용하되, 다른 경찰 공무원처럼 특정 근무연한(5∼10년) 동안 성과를 내고 근무평가를 잘 받아야 승진을 보장받는 조건을 내건다.

◆'의료 백년지대계'를 세워야!

의사들은 "의술이 '아픈 사람을 살린다'는 숭고한 업(業)이 아닌 생계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며 "의사들의 몰락은 곧 우리나라 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음을 뜻한다. 이제는 병든 의료계를 고치기 위해 과감히 메스를 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내고 있다.

'의료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대구시의사회가 의료계에 내린 처방전이다. 대구시의사회 민복기 공보이사는 "현재 국가 의료체계는 문제가 생기면 응급처치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다. 급격한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해 백 년을 내다보는 국가 의료체계 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는 산부인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그제야 분만수가를 가산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사실 산부인과의 몰락은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정부가 방치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고등이 켜진 곳은 '비뇨기과'다. 올해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은 25.3%. 2009년 90.2%에 달했던 비뇨기과 전공의 확보율에 비해 해가 지날수록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비뇨기과 전문의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는 지난달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 부족 및 의료수가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통해 "비뇨기과 환자의 80%는 배뇨장애를 호소하는 고령환자이기 때문에 고령인구가 증가할 경우 인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비뇨기과의 수가 조정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전문의의 위기는 '정공법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의사들 스스로 전공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사 증가 속도 조절'도 의료 백년지대계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사'한의사'치과의사 모두 의사 면허 자격증 소유자 수가 1995년에 비해 갑절로 증가했다.(표2 참조)

우리나라의 '의료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연구보고서도 있다.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김양균 교수는 '향후 10년간 의사인력 공급의 적정 수준' 연구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인구 1천 명당 활동의사 수는 이르면 2023년, 늦어도 2025년과 2026년 사이에 OECD 국가 평균 수준에 도달하게 되며, 의사 공급 과잉은 의료 서비스 질 저하, 의사 실업과 자원 낭비 등의 다양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신선화 기자 freshgir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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