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은 알레르기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계절이다. 그 주범은 황사와 꽃가루다. 중국 내륙의 사막과 황토에서 일어난 모래먼지가 편서풍에 실려 날아오는 황사에는 알루미늄과 철, 규소, 카드뮴 등 오염 물질이 대거 포함돼 있다. 황사가 습격하는 3~5월에는 참나무와 소나무, 버드나무, 자작나무, 오리나무의 꽃가루도 함께 날린다. 이러한 미세먼지와 중금속, 꽃가루는 알레르기 천식과 비염 등 각종 알레르기 질환의 증상을 악화시킨다.
◆서로 얽혀 있는 알레르기성 질환들
봄철에 발생하는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과 천식, 결막염 등이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나타나거나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잦다.
알레르기 비염은 코와 눈 주위가 몹시 간지럽고 발작적인 재채기와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아이들에게 쉽게 나타나고 심한 경우 냄새를 못 맡거나 두통에 시달린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비부비동염(얼굴 뼈 안의 빈 공간인 부비동을 싸고 있는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나 중이염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기관지천식은 기관지가 좁아지거나 붓고 예민해지며 기관지 내에 분비물이 증가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에 호흡이 곤란해지고 기침과 가래, 천명(쌕쌕거리는 숨소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눈의 흰자위가 빨개지며 심한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끈끈하고 실 같은 점액성 분비물이 나오고 윗눈꺼풀 결막에 자갈을 깔아놓은 듯한 돌기가 생겨서 다양한 자극 증상이 발생한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지만 각막에 상처가 나면서 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황사에 포함된 중금속이나 오염물질 때문에 알레르기성 접촉 피부염에 시달린다. 피부가 굉장히 가렵거나 따갑고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심한 경우 진물이 나거나 붓고 물집이 잡힐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경우, 봄철의 건조한 날씨와 바람 등 외부요인에 의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처럼 봄철에 기승을 부리는 알레르기성 질환들은 서로 연관돼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거나 다른 질환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천식 등은 신체의 다른 부위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흔하다. 소아 아토피 피부염이 천식과 비염으로 옮겨가고, 비염이 천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원인물질 피하는 게 가장 좋아
알레르기 질환의 치료법은 ▷회피요법 ▷약물치료 ▷면역치료가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치료방법은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피하는 것이다.
황사주의보가 발령되면 어린이나 노약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부득이 외출을 할 때는 긴소매 옷을 입거나 노출되는 피부에 로션을 발라 먼지가 피부에 닿지 않도록 한다.
대기오염이 심하면 실내공기도 오염된다. 따라서 실내도 공기정화기를 활용해 공기를 맑게 하고 걸레질을 자주 해 집안에 쌓이는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 실내가 건조하면 증상이 악화되므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피부에 묻어 있는 황사 먼지나 꽃가루 등은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다. 외출 후에는 미지근한 물과 저자극성 클렌징폼, 미용비누 등으로 얼굴을 씻는다. 세안을 하면서 눈과 코 안도 깨끗이 씻어야 한다. 콘택트렌즈를 끼는 사람은 황사철만큼은 안경을 쓰는 것이 좋다. 눈에 먼지가 들어갔을 때는 손으로 비비지 말고 미지근한 물로 눈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외출을 삼가고 창문을 잘 닫아 꽃가루가 실내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외출 시에는 꽃가루를 걸러낼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면역치료와 약물치료도 도움
알레르기 질환에서 주로 사용하는 약제는 항히스타민제와 스테로이드제, 항류코트리엔제 등이 있는데, 질환에 따라 다른 약제가 쓰인다. 천식의 경우, 흡입용 스테로이드제 또는 지속성 기관지 확장제와 복합제가 중요한 치료제다. 비염은 비강 스테로이드제가 많이 쓰이고, 피부염은 보습제나 국소적 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하기도 한다.
항히스타민제는 알레르기 비염과 피부염, 결막염의 중요한 치료제다. 과거에 주로 사용하던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졸음이나 입 마름, 배뇨장애 등 부작용이 심했지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이 같은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 항히스타민제는 소량으로 시작해 효과가 있을 때까지 양을 늘리는 것이 원칙이다. 개인에 따라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적절한 용량과 기간을 고려해 규칙적으로 사용해야 효과가 크다. 증상 조절 및 유지를 위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원인물질을 상당 기간 피하조직에 주사해 과민 반응을 줄이는 치료법이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거나 ▷중증도 이상의 천식과 비염 및 결막염이 있는 5세 이상의 환자에게 적용된다. 증상을 호전시키고, 새 항원에 대한 과민 반응을 막으며, 비염에 의한 천식 발생도 줄일 수 있어 알레르기 질환의 유일한 완치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면역치료는 3~5년에 걸쳐 진행되므로 규칙적으로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수 있어야 한다. 드물게는 항원-항체 면역 반응에 의한 급격한 전신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사 후 30분 정도는 병원에서 관찰해야 한다.
도움말=영남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진현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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