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日 최대 환락가의 민낯과 속살…『가부키초』

가부키초/ 권철 글'사진/ 안해룡 번역

아시아 최대의 환락가, 가부키초(歌舞伎町)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가부키초를 제대로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어떤 이는 이곳을 '위험한 마을'이라고 한다. 반면 가부키초를 잘 아는 사람은 이곳을 '사실은 안전한 마을'이라고 이야기한다. 가부키초는 2차대전 패전 후 불에 타 폐허가 된 자리에 만들어진 인공의 마을이다. 다시 말해 '아무것도 없는 마을'이었기 때문에 '뭐든 있는 마을'로 성립된다. 그러나 가부키초는 도쿄의 무법천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이 가부키초를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기록해 온 한국인 권철의 포토에세이집이 한국어로 출간됐다. 일본어 책이 먼저 나왔다. 이 책은 지난해 제44회 고단샤(講談社) 출판문화상의 사진상을 수상했다.

권철은 47세로 안동 출신이다. 1994년 대학졸업 후 일본 유학을 결행한다. 그런 일본 생활이 20년째로 접어들었다. 해병대에서 저격수로 복무한 전력이 있어 스스로를 '가부키초의 저격수'라고 부른다. 가부키초를 돌아다닌 지 16년이다. 그는 "나는, 누가 뭐라 해도 가부키초 카메라맨이다. 가끔 포토저널리스트 혹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로 불리기도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수식어보다 가부키초 카메라맨으로 불릴 때가 가장 자연스럽고 좋다. 가부키초와 함께 사진가로서의 권철도 더불어 성장해왔다. 짧은 16년의 기록이지만, 가부키초의 참모습을 대한민국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한 안해룡 다큐사진가는 "권철의 사진집 '가부키초'는 환락이라는 거대한 집합 공간에서 욕망의 내면을 속속들이 드러낸다"고 추천사에 쓰고 있다. 안해룡은 이어 "권철의 사진은 가부키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투박한 일상을, 거친 사건을 담아내지만 대상에 대한 인간의 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카메라는 인권의 감시자가 되고자 자신을 드러낸다"고 했다. 권력의 폭력을 고발하고 인권이 살아 있음을 그는 카메라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또 "권철의 사진은 단지 공간의 표피나 일상을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저널리즘이라는 기초를 되뇌기 때문"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현장이 담고 있는 사건의 본질이고 내면 탐구이다. 장식하지 않고 가공하지 않고 날것을 그대로 정면에서 보여준다. 화려한 네온의 이면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간들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권력에 대한 냉정한 감시와 고발이 있고, 인간에 대한 따스한 애정이 숨쉰다. 그야말로 돌직구다. 한국의 현실을 이렇게 돌직구로 표현하는 사진가도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권철 블로그 http://blog.naver.com/wpckpress

1만5천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