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통일 준비, 남북 환경협력부터 시작해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주장한 이후 통일에 대한 갖가지 청사진이 제시되고 있다. 4월엔 박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통일준비위원회'가 발족할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의 통일 논의 과정을 보면 너무 크고 추상적인 통일 방안에 집착하다 보니 통일의 가시적인 효과와 '엄청나게 비싼 분단 비용'에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2014년 통일 논의의 가장 큰 변화는 통일이 평화는 물론 경제적 번영을 확실히 담보해줄 것이고 전 세계 펀드 매니저들도 학수고대하는 투자 기회임이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단 판은 깔아졌는데 이러한 '통일에 대한 온 국민적 갈망'이 따끈따끈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남북한 통일 협력의 가시적인 첫 걸음이 성공적인 것이어야 한다. 성공 확률이 높은 분야는 거창한 논의보다는 남'북한 사이의 환경분야 협력 등일 것이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공산주의 경제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생산 시스템을 고집해왔다. 동독은 1인당 연간 23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였고 특히 군사지역의 환경오염은 유류 제품, 화생방무기 잔존물 등으로 실로 심각했다.

북한의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현지 조사가 불가능하므로 유엔환경계획(UNEP) 자료 등을 통해 추정만 가능할 뿐이다. 특히 북한은 외자 도입형 개발전략을 채택한 경향이 농후한데 이 경우 자연 파괴는 가속화 될 것이다. 황폐한 산림, 두만강 수질 오염, 원산 앞바다의 적조현상은 심각한 상태이며, 에너지 다소비형 중화학공업으로 인해 백두산에 산도 4.6의 산성비가 내릴 정도이다.

북한 환경오염 문제는 통일 이후에 들 수 있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보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한 상호 환경 협력에 기초한 정부 간 환경 협력은 선언적 의미만 강조되었을 뿐 실용적인 협력방안이 극히 부족하다. 1992년 9월에 발효된 '남북합의서'는 "과학'기술, 환경분야에서 정보자료의 교환, 해당 기관과 단체, 인원들 사이의 공동연구 및 조사…환경보호대책을 공동으로 세운다"라고 언급하였으나 실천이 되지 못했다. 2000년 6'15 공동 선언에서도 경협의 하부 차원으로서의 남북환경협력의 필요성만 제기되었다.

2000년대 중반에는 녹색 한반도 개발을 위해서 북한의 산림복원사업, DMZ 일대의 생태관광지조성사업 등이 남북경협 발전과제로 강조되었지만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으로 급속히 냉각되고 말았다. 남북 환경협력은 정치적 이유로 등한시되었고 경제협력의 곁다리 정도로 취급되다 보니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통일 이후의 한반도를 위해 환경분야 협력을 진지하게 시도해야 한다. 에너지 이용과 대기보전 문제, 수질개선 문제, 비무장지대 활용 협력, 두만강개발협력 등 상호이득이 되면서도 환경개선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남과 북이 상호 협의해서 찾아내고 실천해야 한다. 우선은 북한의 환경오염 실태를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남북 환경 핫채널을 추진해야 한다.

북한이 선뜻 응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과학적 차원의 협력임을 강조하고 오염정보 공개를 북한이 원하는 만큼으로만 제한해주는 것도 협력의 출발이 될 것이다. 우선은 북한이 수용 가능할 만큼의 환경협력부터 시작해보자는 뜻이다. 그리고 북한지역 내에 환경기초시설을 설치'운영'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기관 설립을 지원하여 북한 스스로 오염물질을 처리할 수 있는 '친환경 역량'을 키워 주어야 한다.

2012년 남북한의 강원도 간에 이루어진 '솔잎혹파리 공동방제 사업'은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협력의 좋은 사례였다. 통일 이전에도 동'서독은 접경지역에서의 자원개발협력 및 환경보호협력을 지속적으로 해왔음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통일 준비의 첫 걸음은 8천만 주민이 함께 숨 쉬며 살고 있는 '한반도 생태공동체'의 소중함을 남북한 정책당국자들이 인정하고 그 보존을 위해 협력하고 지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김성수/인제대 인문사회과학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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