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세금해방일의 함정

자유경제원이 올해의 세금해방일은 3월 22일이라고 어제 밝혔다. 국민 개개인은 3월 21일까지는 국가를 위해 일하고 3월 22일부터는 자신을 위해 일한다.

세금해방일은 조세 총액을 국민순소득으로 나눈 조세부담률을 연간 일수로 분할해 산출한 날이다. 세금해방일이란 곧 조세부담률의 다른 표현인 셈이다. 이날이 늦춰진다는 것은 총소득에서의 세율이 높아진다는 것과 같다.

올해 세금해방일은 지난해 27일에서 5일 당겨졌다. 그렇다고 세금이 줄어들어서가 아니다. 올해 국민들이 내야 하는 예상 조세 총액은 270조 9천266억 원으로 지난해 270조 1천733억 원에 비해 7천533억 원 늘었다. 국민순소득 명목 예상치는 1천232조 9천687억 원으로 1천159조 8천953억원보다 73조 원 이상 증가했다.

세금도 늘고 소득도 늘었는데 조세부담률은 23.29%에서 21.97%로 떨어졌다. 이는 소득 누진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소득자가 상대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저소득자가 더 많은 세금을 부담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세금해방일은 주로 3월 하순에 몰려 있다. 큰 변동이 없다. 김영삼정부 마지막 해인 1997년엔 3월 15일이었다. 김대중정부(2002년) 3월 20일, 노무현정부(2007년) 3월 30일, 이명박정부(2012년)는 3월 25일이었다.

세금해방일은 선진국일수록 늦고 후진국일수록 빠르다. 삶의 질이 높은 나라일수록 국가가 역할을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낮은 나라는 그 반대가 된다.

지난해 프랑스의 세금해방일은 7월 26일, 노르웨이는 7월 29일(2007년), 독일은 7월 8일(2008년)이었다. 이들 나라 국민들은 적어도 일 년의 절반 이상을 국가에 세금을 내기 위해 일한다. 그래도 다른 어느 나라보다 삶의 질은 높다. 우리나라처럼 3월이 세금해방일인 나라는 인도(14일'2000년), 알바니아(25일'2011년), 키프로스(13일'2010년) 정도다.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 재원이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면 세금해방일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복지사회를 지향할수록 세금해방일은 늦어지는 것이 정상이다. 누진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국민이 낸 세금이 제대로 쓰인다는 전제 아래서다. 세금해방일이 앞당겨졌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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