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를 쥔 쪽은 구단이었다. 하지만 휘두르지는 않았다. 애초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하다. 7년 만에 다시 마주한 협상 테이블이었지만 계약서는 앉은 지 4시간여 만에 완성됐다. 그만큼 서로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창용불패' 임창용이 2천304일 만에 삼성 라이온즈의 푸른 유니폼을 다시 입는 순간이었다.
삼성은 전날 귀국한 임창용과 26일 오후 경산볼파크에서 만나 올해 계약을 마쳤다. 연봉 5억원에 인센티브 별도의 조건이다. 임의탈퇴 신분이라 계약금은 없으며, 삼성은 선수 뜻에 따라 계약 세부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임창용은 "마침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다.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게 돼 기쁘다. 그동안 성원해준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창용의 복귀로 삼성은 일단 큰 고민을 덜게 됐다. '돌직구' 오승환이 떠난 자리를 '뱀직구' 임창용이 무난히 메워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통합 4연패에 청신호가 켜졌음은 물론이다. 류중일 감독 역시 계약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내가 참 복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성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출신 용병이 한 명 더 늘어난 셈"이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은 올해 농사에 대한 여유뿐 아니라 몇 년 뒤까지의 시간도 벌게 됐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인 임창용이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해주면서 자연스레 '21세기 최강 팀'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이 상견례 차원에서 만난 자리에서 일사천리로 계약을 매듭지은 것도 이런 플러스 알파 기대감이 작용했다. 삼성 관계자는 "오승환은 2005년 입단 이후 임창용과 친형제처럼 지내면서 최고의 구원투수로 성장했다"며 "임창용이 후배들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승환 역시 임창용과 같은 임의탈퇴 신분으로 일본에 진출, 국내에 복귀한다면 삼성에서 뛰게 된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삼성에서 뛰었던 임창용은 한국에서 13년간(1995~2007) 534경기에 등판, 104승 66패 168세이브 평균자책점 3.25의 성적을 남겼다. 2005년에 이어 2012년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지만 일본에서도 5년간(2008~2012) 238경기에 출전, 11승 13패 128세이브 평균자책점 2.09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한편 1976년생으로 이승엽과 동갑인 임창용, 1974년생으로 팀 내 최고 선임자인 진갑용이 내년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삼성은 우리 나이로 40대 선수를 3명이나 보유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임창용은 당분간 2군에서 몸을 만든 뒤 4월 초순쯤 등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통산 296세이브를 기록 중인 그는 4월 중에 생애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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