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어느 옥수수밭 주인 이야기

'기쁨은 나누면 두 배로 커지고 슬픔은 나무면 반으로 줄어든다'는 말은 어떤 뜻을 품고 있을까?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나 함께 나누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구나.

미국 서부 대평원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해. 한 농부가 추수를 끝내고 여행을 가게 되었어, 이 농부는 모처럼 많은 돈을 가지고 길을 떠났는데 아주 먼 곳에서 새로운 옥수수를 보게 되었어. 이 옥수수는 막 실험 재배를 마친 새로운 품종이었어.

'야, 매우 훌륭하다. 그래, 이걸 우리 고장에 가져가면 큰돈을 벌 수 있겠구나. 열매가 두 배나 더 커. 아직 우리 고장에는 이런 품종이 없으니.'

이 농부는 여행을 그만두고 이 옥수수 씨앗을 잔뜩 사서 돌아왔어. 그러고는 밭에 뿌리고 정성껏 길렀지. 아무도 함부로 따가지 못하도록 밭 둘레에는 울타리도 쳤어. 과연 옥수수는 무럭무럭 자라나 대풍작을 이루었지. 이 농부는 이 옥수수로 가루를 만들어 아주 많은 돈을 벌었단다.

그러자 이웃 마을 농부가 찾아와서 새로운 옥수수 씨앗을 조금 팔 것을 원했어. "안 됩니다. 이 씨앗을 얼마나 먼 곳에서 귀하게 구해왔는지 모릅니다." 농부는 한마디로 거절했어. 다른 사람이 농사를 잘 지으면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질까 봐 욕심을 부린 것이었지.

그 뒤에도 여러 번 이웃마을에서 찾아왔으나 번번이 거절했어. 그리하여 이듬해가 되었어. 농부는 감추어두었던 씨앗을 꺼내어 다시 밭에 뿌렸어.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이 농부의 옥수수는 지난해만큼 알이 굵지 않았어. 예전처럼 볼품없는 열매만 달리는 거야.

"아니, 이럴 수가!" 이 농부는 화가 나서 옥수수를 사왔던 곳으로 찾아가 따졌어. "어찌 된 셈입니까? 한 해가 지나니 옥수수의 크기가 다시 작아졌습니다." "아, 그렇다면 당신 밭 근처에 어떤 옥수수가 심어져 있었는지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이 옥수수와 같지 않은 품종과 가루받이가 되면 다시 원래의 옥수수로 돌아가고 맙니다. 이 옥수수도 처음에는 신통치 않은 옥수수였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좋은 옥수수와 가루받이를 해서 점점 훌륭한 옥수수로 개량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옥수수 근처에는 이와 같은 옥수수가 더 많아야 큰 열매가 달립니다."

"네?" 이 농부는 이웃마을에도 이 옥수수 씨앗을 나누어주지 않은 것이 크게 후회되었어. 그러나 이미 늦은 일이었지. 한 해 농사를 모두 망치고 난 뒤였기 때문이야.

그래, '탐욕은 지혜로운 자를 어리석게 망친다'는 성경 말씀과 함께 '탐욕은 언제나 멸망을 가져온다'는 서양 격언이 떠오르는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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