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한 반에 들어가 "집에서 신문 받아보는 사람 손 들어보라"고 하면 손을 드는 사람은 고작 5명 안팎이다. 인터넷과 TV뉴스로 정보를 접하는 시대에 종이 신문은 사람들의 관심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만큼 종이 신문은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시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신문은 존재해야 할 이유와 가치가 있다. 이는 신문기자들이 밥줄 끊길까 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이 신문은 인터넷을 대체할 수 없는 무엇이 있기 때문에 없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종이 신문이 꼭 필요한 이유, 종이 신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어봤더니 다섯 가지 이유로 압축해 정리할 수 있었다.
◆이유 1. … '진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하루치 신문에 들어가는 글의 양은 32면 기준 200자 원고지 1천 장 분량에 달한다. 이는 장편소설 1편의 분량과 맞먹는다. 텍스트 정보 외 사진과 시각자료, 광고 등을 합친다면 신문에 담기는 정보의 양은 더 늘어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정도는 인터넷에 떠다니는 정보량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하지만 인터넷은 키워드로 정보를 검색하기 때문에 검색한 정보 이외에 다른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인터넷상의 정보들은 정확도를 신뢰하기도 어렵다. 신문은 한 면에 여러 종류의 기사들이 중요도 순으로 크기가 다르게 배치돼 있다. 큰 기사만 볼 수도 있지만 옆에 실린 또 다른 기사까지 읽다 보면 기사에 나오는 정보들이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또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서 소위 '게이트키핑'이라고 하는 확인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정확도 또한 다른 매체보다 높다. 종이 신문을 꾸준히 읽다 보면 인터넷을 통해 얻는 정보와 비교했을 때 그 양과 질의 차원이 달라진다.
◆이유 2.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다.
신문에는 기자가 가져온 정보만 실리는 게 아니다. 기사뿐만 아니라 사설, 칼럼 등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특히 기자들이 취재 후 비하인드 스토리를 쓰는 칼럼이나, 기자가 아닌 사회 각 전문가들이 그들의 관점에서 세상을 분석하는 글들을 읽고 있으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문에 실린 여러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갖게 된다. 대학생 배웅재(22) 씨는 "세상에 떠다니는 수만 가지 의견들을 정리해서 신문이 명료하게 정리해주기 때문에 독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종이 신문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또 신문은 여러 종류가 있다. 한국ABC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행되는 일간지는 전국지와 지역지를 합해 2013년 기준으로 165개다. 이들 신문은 각자의 관점과 생각을 갖고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사람들이 '신문을 두 종류 이상 읽어보라'고 권하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생각들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 3. …종이신문이 더 편리하다.
자신을 '월스트리트 독자'라고 밝힌 외국인 블로거 그렉 마이어(Greg Meyer) 씨는 '신문을 읽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5 Reasons You Should Keep Reading a Newspaper)라는 글에서 "종이 신문은 읽기 위해서 또 다른 배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려면 결국 전기가 필요하지만 신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으로 신문을 보려면 인터넷망을 연결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집에서는 유선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지만 스마트폰은 무선인터넷이 접속되는 곳을 찾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신문은 충전을 위한 장치나 네트워크를 연결할 필요 없이 근처 신문 가판대를 찾아 사 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유 4. …돈을 벌게 해 준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부자들의 돈 버는 습관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종이 신문 읽기다. '최진기경제연구소'의 최진기 대표는 "경제를 공부하려면 매일 신문의 경제면을 읽어라"라고 충고한다. 경제기사는 인터넷에도 많지만 굳이 종이 신문으로 경제 기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신문 지면에 배치된 경제 기사의 크기 등을 보고 경제 정보의 중요도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사가 앞면에 크게 배치됐다면 중요한 정보라는 말이다. 또 부자들은 종이 신문의 작은 기사에서 앞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을 찾기도 하고 종이 신문의 광고 업종이 바뀌는 것을 보고 경기를 파악하기도 한다. 이는 같은 크기로, 혹은 클릭 수를 기준으로 기사를 앞면에 배치하는 인터넷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또 매일신문의 한 달 구독료는 1만2천원이다. 만약 인터넷으로 정보를 찾으려고 하면 한 달 인터넷 요금이 적어도 2만원 이상 든다. 물론 이런저런 결합상품이 있어 신문구독료보다 쌀 수 있다지만 적어도 한 달 스마트폰 요금이 적어도 3만원 이상 나오는 것과 비교하면 신문은 가장 저렴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매체다.
◆이유 5. …신문은 제2의 교과서다.
처음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에게 가장 많이 추천하는 글쓰기 실력 배양 방법 중 하나가 사설 베껴 쓰기다. 그 이유는 신문기사와 사설, 칼럼은 그 자체로도 정제된 글의 형식이기 때문이다. 기사와 사설을 꼼꼼히 읽고 베껴 쓰다 보면 어떤 구조로 논리를 진행시키는지, 어떤 표현으로 상황을 서술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이 때문에 글쓰기 교육에 신문을 활용하는 사례는 매우 많다.
남성숙 한국NIE협회 대구지회장은 "최근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입시준비에 NIE가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처음에는 신문을 어려워하던 청소년들이 점점 신문을 읽으면서 정보와 상식, 지식이 쌓이는 걸 느끼고, 이것이 논술'구술 시험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과 의사표현 능력 배양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남 회장은 "입시뿐만 아니라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한글 교육에도 신문이 아주 효과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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