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몸속 들여다보는 영상의학

장기·조직 3차원 구성…'숨어있는 놈' 찾는다

몸속을 투시해 영상으로 구현하는 영상의학은 진단과 관찰, 치료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주미르영상의학과의원 제공
몸속을 투시해 영상으로 구현하는 영상의학은 진단과 관찰, 치료의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주미르영상의학과의원 제공
각 영상장비로 촬영한 영상들. CT나 MRA는 촬영한 영상을 3차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왼쪽부터 관상동맥, 경동맥 협착, 뇌동맥류 촬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 사진.
각 영상장비로 촬영한 영상들. CT나 MRA는 촬영한 영상을 3차원으로 구성할 수 있다. 왼쪽부터 관상동맥, 경동맥 협착, 뇌동맥류 촬영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 사진.

누구나 한 번쯤은 병원 방사선과에서 X-선 사진을 찍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빳빳한 필름 위에 희고 검은 얼룩처럼 남은 X-선 사진을 보며 골절이나 폐질환 등을 진단한다. 단순 촬영에 그쳤던 영상 장비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놀라운 진화를 거듭했다. 이름도 진단방사선과에서 영상의학과로 바뀌었고, 사람 몸속을 직접 열어보지 않고도 생생한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낸다. 몸속을 투시한 영상으로 정확한 병의 진단과 진행 정도를 판단하고 정밀한 치료까지 가능해졌다.

◆알쏭달쏭한 영상 장비들

몸속을 들여다보는 장비는 X-선과 초음파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등이 대표적이다. X-선 촬영은 방사선인 X-선을 몸에 통과시켜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폐의 상태를 잘 볼 수 있고 복부 내장, 뼈의 상태, 유방암 등을 판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관절 부위의 연골은 잘 찍히지 않아 관찰이 어렵다.

초음파검사는 초음파를 만드는 탐촉자를 몸에 밀착시켜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영상화하는 기기다. 방사선을 이용하지 않아 안전하고 통증 없이 간편하게 검사할 수 있다. 간과 췌장, 비장, 신장, 담낭, 담도 등 상복부와 자궁과 난소, 방광, 전립선 등 하복부 진단에도 쓰인다. 갑상선 질환이나 치밀한 유방조직을 검사할 때도 초음파를 사용한다. 근육과 힘줄, 인대, 관절 등 근골격계도 부위를 움직이면서 검사할 수 있다.

그러나 초음파검사는 검사자 역량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또 공기나 뼈를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뚱뚱하거나 배에 가스가 많이 차 있는 경우, 장기의 뒤쪽 부위는 진단이 어렵다. 병증을 찾을 수는 있지만 무슨 병인지 알 수 없는 점도 단점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은 원형 기계 안에 사람이 들어간 뒤 X-선 발생 장치가 몸 둘레를 회전하면서 촬영하고 이를 재구성해 인체의 단면 영상을 만들어내는 장치다. 몸속의 장기와 질환을 명확하게 볼 수 있고 검사 시간이 몇 분 이내로 짧다.

자기공명영상(MRI)은 거대한 자석으로 몸에 고주파를 쏘고, 신체 부위가 공명을 일으키며 메아리처럼 되돌려 보내는 신호를 받아서 영상화하는 장치다. 방사선을 사용하지 않고 부드러운 조직을 촬영할 수 있으며 원하는 방향의 영상을 자유롭게 얻을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검사하는데 20~30분이 걸리고 검사 비용도 비싸다.

◆어떤 질환에 잘 맞을까

보통 흉부 X-선 검사 결과가 정상이면 폐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조기 폐암의 경우 단순 X-선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위치에 따라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세계폐암연구회는 폐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가족력이나 흡연 등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1, 2년에 한 번씩 저선량 흉부 CT를 촬영할 것을 권하고 있다. 저선량 흉부 CT는 단순 X-선보다 정확도가 월등하게 높으면서도 흉부 CT보다는 방사선 노출이 5분의 1 정도로 적다.

초음파검사로 잘 보이지 않는 부위에는 CT 검사가 필요하다. CT는 검사시간이 짧기 때문에 폐암이나 간 질환, 복부 종양을 관찰할 때 MRI보다 유리한 면이 많다. 다만 간과 췌장, 여성 생식기 질환의 감별에는 MRI가 도움이 된다. 심장 CT는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협착 정도나 이상 여부를 정확히 검사할 수 있다. 심장의 크기와 구조 등도 알 수 있어 다른 심장질환도 발견할 수 있다.

MRI는 뇌신경 및 뇌혈관질환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인대나 연골의 미세한 손상도 알 수 있어 척추나 무릎인대, 관절 검사에 주로 이용된다. 최근에는 외상으로 인한 무릎 인대 및 반월판 손상과 척추 골절로 의료급여가 확대돼 부담도 줄었다.

뇌신경 및 뇌혈관 질환의 정확한 진단에는 MRI와 MRA(자기공명 혈관조영술)가 적합한 검사방법이다. 특히 뇌혈관 벽이 약해져서 꽈리처럼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를 조기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뇌동맥류는 터지면 사망률이 3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고위험군에 속한 50대 이상은 2, 3년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방사선 노출 걱정 마세요

영상의학 검사를 할 때 가장 큰 우려는 방사선 노출이다. CT 검사가 방사선 노출이 많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흉부 CT의 경우 한 번 촬영에 노출되는 방사선은 담배 0.28개비를 피우거나 비행기를 타고 4천㎞가량 이동할 때 받는 양에 불과하다. 복부 CT는 담배 7갑을 피우는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그러나 암환자의 암 전이나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신을 스캔하는 PET-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일반 CT의 몇 배가 넘기 때문에 자주 찍는 건 좋지 않다.

최신 장비를 갖춘 영상의학과 의원에서 촬영했을 경우 촬영 방법에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3차 진료기관으로 가도 재촬영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해당 병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장비와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세부 전공을 미리 확인하면 오진이나 재촬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CT만으로 질환의 판별이 가능하다면 MRI는 촬영하지 않아도 된다.

영상의학은 진단에 머물지 않고 외과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피부에 작은 구멍을 만든 뒤 혈관이나 신체 부위에 직접 카테터나 의료용 바늘을 넣어 영상장비로 몸속을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인터벤션 영상의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의학은 향후 분자생물학과 융합해 분자영상학 분야로 확대될 전망이다.

도움말 = 서주미르영상의학과의원 박원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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