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시민 욕구와 거리 먼 야구 인프라

생활체육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종목 중 하나가 야구다. 생활체육 야구는 흔히 사회인야구로 불린다. 야구를 관람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즐기려는 사람은 젊은 남자뿐만 아니다. 리틀 야구를 하는 어린 유소년에서부터 여성,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덩달아 야구팀도 직장과 동호회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해 인근 경산, 고령, 칠곡, 성주, 청도 등에서 야구를 즐기는 동호인 팀은 1천여 개, 동호인 수는 2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프라(야구장 시설)만 해결하면 동호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프로야구 개막과 함께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생활체육 야구인들은 야구장을 찾아 건강과 화합을 다지고 있다. 대구 달성군 논공읍 위천리 낙동강 둔치에 자리 잡은 달성야구장. 이곳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생활체육 달성군 야구연합회장배 사회인야구대회가 매 주말 열리고 있다. 달성야구장은 여러모로 의미 있는 체육시설이다. 국가 하천부지에 달성군이 국비와 군비를 들여 야구장 4개 면을 조성했다. 이 덕분에 달성군청 등 직장 팀, 리틀 어린이 야구단, 여성 야구단 등 수십 개 팀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실력을 겨루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생활야구 인프라는 너무 열악하다. 부끄럽게도 대구에는 관람석을 갖춘 야구장이 대구시민야구장 하나뿐이다. 공공재 성격을 갖춘 야구장도 대구시민야구장뿐이다. 예전 두류공원에 만들어진 야구장은 축구장이나 각종 행사 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그나마 달성군과 북구청 등 기초자치단체에서 하천부지를 활용해 야구장을 만들어 다행스럽다.

그렇다면, 서울 다음으로 많다는 대구의 사회인야구팀들은 어디서, 어떻게 야구를 할까? 민간 시설과 학교 운동장을 이용하고 있다. 민간 시설은 사회인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탄생했다. 사업자들은 대구와 인근 시'군에 야구장을 만들어 사회인야구 리그 운영으로 돈을 벌고 있다. 생활야구 동호인들은 각자 주머니를 털어 좋아하는 야구를 하는 셈이다.

대구의 학교 야구장은 혈세로 만든 시설이지만 민간 야구장과 다름없다. 경북고 등 대구의 중'고교 야구장은 모두 입찰로 연간 사용권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한 학교 야구장의 연간 사용료는 9천700만 원이다. 야구장 입찰가는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 야구장을 임차한 사업자들은 야구 동호인들로부터 받는 회비를 매년 올리고 있다.

유일한 공공 야구장인 대구시민야구장은 부끄럽게도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전용구장이다. 시민야구장은 삼성이 1순위로 사용하며 프로야구 경기가 없을 때 중'고교 야구팀들이 2순위로 사용한다. 사회인야구팀들은 올해부터 3순위로 프로야구와 아마추어 경기가 없을 때 시민야구장을 가끔 사용하기로 했다. 공공 야구장이지만, 프로야구 경기장으로 사용되다 보니 사용료를 주고도 눈치를 보는 실정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야구가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범한 최고 인기 프로 스포츠인데, 왜 야구장이 많지 않느냐는 점이다.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마도 야구의 세계화 실패가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야구는 월드컵이란 세계 최고의 스포츠 상품을 만든 축구와 달리 저변 확대에 실패했다. 미국과 북중미, 한국'일본'대만 등에서 인기를 끌 뿐이다. 이 때문에 국제 대회 개최를 통한 대규모 인프라 확충이 없었다. 사회인야구가 크게 인기를 끈 것도 2006년 시작된 월드베이스볼클래식과 연예인들의 사회인야구를 다룬 TV 프로그램 덕분이다.

야구인들의 지나친 개인주의도 인프라 확충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야구 경기를 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속이는 종목 특성상 흔히 머리가 좋다고 한다. 하지만, 야구인들은 인프라 확충을 놓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

근본적으로 생활체육의 인프라 구축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야구장도 마찬가지다. 선거철을 맞아 야구장 등 생활체육 시설을 늘리겠다는 공약도 보인다. 대구시장이나 구청장'군수 후보들이 스포츠 인프라 확충에 더 관심을 뒀으면 한다. 문화 시설을 늘려 도시를 품위 있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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