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본사를 둔 신종 금융 다단계 업체(본지 2월 24일 자 6면, 2월 26일 자 6면 보도)가 경찰이 수사에 소극적인 틈을 타 대구경북 곳곳에서 활개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경찰은 구체적인 피해 사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에서 회원 활동을 했던 사람들은 " '제2의 조희팔 사건'을 잉태하고 있는데도 아직 뚜렷한 피해자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은 수사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경찰이 범죄 예방에 손을 놓고 있는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희팔 사건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을 대상으로 의료기 재임대 사업과 기업차원의 재테크 사업이라는 명목의 유사수신 행위로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을 가로채고 은닉 후 도주, 밀항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수조원대의 피해액에 3만 명의 피해자가 속출하자 뒤늦게 수사에 나섰고, 결국 이 업체의 실질적인 대표였던 조희팔을 붙잡지도 못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이 다단계 업체 또한 말레이시아 모 그룹이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의 광고권을 사들이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해 회원을 끌어들인 뒤 하위 회원의 투자금으로 상위 회원에게 이익금을 지급하는 전형적인 '금융 피라미드' 형태를 띠고 있다.
이 업체는 M라인과 H라인의 총책을 중심으로 하부 회원을 끌어들여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M라인은 서울과 수원, 용인, 구미, 김천 등지에 센터 20여 개를 갖고 있으며, H라인은 대구 5개 센터를 포함해 전국 30여 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엔 두 라인이 연합해 전국 단위 모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두 라인은 3박 4일 일정으로 국내 핵심 회원 230여 명을 모아 본사가 있는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그곳에서 관광과 교육을 병행한 이들은 국내로 돌아온 뒤 같은 달 21, 22일 문경에서 전국 센터장 100여 명(M라인 40여 명, H라인 60여 명)의 합숙교육을 열기도 했다. 이달 12일에는 업체 창립 5주년에 맞춰 고액투자자를 모아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전국 50여 개 센터 중 대구경북에서 확인된 것만 10여 개에 이른다. 업계에선 센터당 가입 인원을 적어도 50~60명으로 보고 있어 대구에선 현재 300여 명이 다단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위 회원 유치금이 3억원이 넘으면 센터를 개설할 수 있어 대구경북 10여 개 센터는 적어도 30억원이 넘는 투자금을 그러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 업체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원 모집을 하려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원금 이상의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 규제법을 위반한 행위이다.
대구경찰청은 이 업체의 영업 수법과 센터 현황 등을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2월 중순 제보를 받아 문경경찰서에 수사를 맡겼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 그러는 사이 이 업체는 문경에서 전국 단위 교육까지 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이 업체의 대구 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고 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제보가 있더라도 눈에 띄는 피해자가 없는 상황이어서 무작정 업체 사람들을 불러들여 수사를 벌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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