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지 지명 철회" 요청에 "산문출송" 압박

성문주지-진제 방장 동화사 비상임회 충돌

15일 오후 2시 팔공총림 동화사 설법전에서 주지 성문 스님 주재로 임회가 열렸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15일 오후 2시 팔공총림 동화사 설법전에서 주지 성문 스님 주재로 임회가 열렸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동화사 새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조계종 방장 진제 스님과 주지 성문 스님이 15일 동화사 비상임회에 앞서 만난 자리에서 크게 충돌, 동화사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이날 임회 위원 10여 명과 함께 자리를 한 성문 스님은 진제 스님에게 "총림 대중의 산중 공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주지 지명을 철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진제 스님은 "죽비로 맞고 싶으냐"라며 "철없는 소리 하지 마라. 산문출송 당하고 싶으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문출송(山門黜送)은 승려들이 큰 죄를 지었을 경우 승권(僧權)을 빼앗고 절에서 내쫓는 제도. 승려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다. 한 번 승단(僧團)에서 쫓아내기로 결정되면 도첩을 거둔 뒤, 속복(俗服)을 입혀서 산문 밖으로 쫓아낸다. 산문출송되고 나면 속가(俗家)에서도 완전히 천인으로 취급받으며 다시는 승려들과 함께 살지 못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 발언으로 두 스님 간 감정의 골이 깊게 패임으로써 조율은 불발됐고 대화나 타협의 가능성도 사라졌다.

진제 스님 측은 효광 스님에 대한 주지 임명이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결정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고, 성문 스님 측은 진제 스님 측의 새 주지 지명의 무효화 내지 철회를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16일부터 행동에 들어갔다. 성문 스님 측은 진제 스님의 방장 불신임까지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대화 결렬 이후 설법전에서는 임회가 예정대로 열렸다. 임회에서는 효광 스님에 대해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의 징계를 요청하고, 종정예경실장직 사퇴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 결의문은 "종정예경실이 지난달 20일 임회에 앞서 경찰 등 공권력을 사찰로 끌어들여 종정의 위의를 손상시킨 것은 불교 종단과 총림의 자주성을 훼손한 일이다. 효광 스님은 즉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산중 공의를 수렴한 후 새 주지 지명을 해야 한다는 효광 스님 주지 추천 철회도 요구했다. 이들은 이 결의를 바탕으로 16일 오전 총무원에 효광 스님 징계요청서를 접수시킨 뒤 주지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종정예경실 측은 이에 대해 따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9일 종정예경실은 진제 스님의 효광 스님에 대한 주지 지명 추천서를 첨부한 품신서류를 조계종 총무원에 제출하고 주지 임명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한편 조계종 종정이기도 한 진제 스님이 직접 교구 본사의 주지인 성문 스님을 향해 '산문출송'이란 발언을 한 것이 초파일을 앞둔 불교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조계사 주지를 지내고 중앙종회 위원을 맡고 있는 현근 스님은 "그렇게 과격한 말씀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우러러 모셔야 할 어른인가 의심이 갈 정도였다.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또 다른 스님은 "이 말 한마디로 모든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 조용한 해결 가능성은 사라졌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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