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동양그룹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 사기발생과 금융기관들의 연이은 고객 개인정보 유출을 막지 못해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감독대상인 시중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검사결과에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2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금융감독원이 김종준 하나은행장의 퇴진을 압박하기 위해 표적감사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전 회장은 "금감원이 한 가지 사안을 두고 세 차례나 검사를 한 적이 있었느냐"며 "이게 금감원의 관행인지, 금감원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인지 묻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감독원이 하나캐피탈의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참여를 두고 반복적으로 검사를 진행한 데 이어 민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하나캐피탈 사장 시절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지시로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에 145억원을 투자해 6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이유로 지난 17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문책경고를 받아 연임이 불가능해졌다. 금융감독원은 퇴직한 김 전 회장에 대해서도 주의적 경고 상당의 징계가 내렸다.
하나은행 측은 금융권에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은 김 행장이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기로 결정하고 김 전 회장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며 금융감독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검사대상기관의 노골적인 불만표출에 금융감독원 역시 강수로 맞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장의 퇴진을 압박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돌리는가 하면 이례적으로 홈페이지에 징계내용을 공개해 하나은행 측을 압박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시중은행이 감독당국과 맞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느냐"며 "억울함에 대한 나름의 몸부림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금융감독원이 KT ENS 협력업체 부당대출과 관련해 하나은행에 대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고 외환카드 분할과 하나SK카드와의 통합에 대한 심의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두 기관간 대립은 금융감독원의 일방적인 게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하나금융지주간의 갈등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며 금융감독원의 검사는 원칙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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