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긴급점검]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동해안 뱃길은 안전한가

엔진결함 썬플라워2호, 참사 직후에도 3차례 운행 강행

세월호 참사 후 해양수산부는 전국 연안여객선들에 대한 일제 특별점검에 나섰다. 선박의 상태와 안전관리 시스템에 대한 점검을 통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그동안 사고만 터지면 실시하던 특별점검과 과연 무엇이 다를지 주목하고 있다. 동해안 뱃길의 선박 노후화와 안전관리 체계를 긴급 점검한다.

동해안 여객선들이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한 사고는 아직 없다. 아울러 수심이 깊어 서해'남해에 비해 암초 등에 의한 좌초 위험은 비교적 낮다. 하지만 선박의 노후화, 안전 불감증, 안전관리 체계 미흡 등 크고 작은 문제점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풍랑이 심한 동해 먼바다에서 기관고장이나 화재가 날 경우 구조거리가 멀어 대형사고의 위험성은 훨씬 크다.

◆엔진 이상에도 운항 뒤늦게 중단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인 이달 17일 대아고속해운의 강원 묵호~울릉 여객선 썬플라워2호(4천599t'승선정원 985명'선령 18년)가 엔진 결함 상태로 18일까지 3차례나 운항을 강행했지만 해운조합'해경'해양청 어느 곳도 이를 막지 못했다.

한국해운조합 동해출장소에 따르면, 썬플라워2호는 이달 17일 오후 1시쯤 승객 618명을 태우고 울릉도를 출항해 묵호로 향하던 중 모두 4개의 엔진 중 1개에 이상이 발생, 애초 운항 소요시간(3시간 10분)보다 50분가량 늦어진 오후 5시쯤 묵호항에 입항했다.

이튿날에도 승객 754명을 태우고 묵호에서 울릉도로 출항했지만 다시 같은 엔진에서 이상이 발생해 정상 시간보다 50분 늦은 오후 12시 20분쯤에 울릉항에 도착했다. 썬플라워2호는 이날 엔진이 고장 난 상태에서도 다시 승객 427명을 태우고 묵호항으로 돌아왔다.

뒤늦게 썬플라워2호의 '아찔한 운항'이 알려지면서 동해지방해양항만청은 이달 30일까지 휴항하고, 그동안 선박을 수리할 것을 지시했다.

이달 4일에는 포항~울릉 노선을 운항하는 썬플라워호(2천394t'승객정원 920명)가 1종 중간검사를 한 지 한 달여 만에 좌현 바깥쪽 엔진이 일시적인 RPM(엔진의 분당회전수) 과다로 제 기능을 못해 출항이 1시간 동안 지연되기도 했다. 앞서 이달 13일 해경이 실시한 안전점검에서 썬플라워호는 구명 뗏목 비상탈출구 수밀불량 지적을 받았다.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비상시 안전교육도 눈가림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여객선사들이 승객들을 대상으로 '구명 뗏목 이용, 탈출 경로, 구명조끼 사용' 등의 대처법을 알리면서 '보거나 말거나' 식으로 영상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울릉도에 사는 A(55) 씨는 "가끔 해운당국의 안전운항 관련 점검이나 강조가 있으면 가끔 승무원들이 대피요령을 알려주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라며 "조금만 지나면 영상물 한 편 틀고 그만인데, 아무도 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것이 울릉 뱃길의 현주소"라고 했다.

◆평균 20년 내외, 여객선 노후화 심각

포항'동해지방해양항만청에 따르면 현재 동해안에는 현재 경북과 강원에서 울릉도로 향하는 정기 여객선은 2천t급 이상의 썬플라워2호(4천599t), 썬플라워호(2천394t)를 비롯해 씨플라워호(584t), 씨플라워2호(363t), 시스타1호(338t), 시스타3호(550t) 등 6척이 운항 중이다. 한때 포항~울릉 노선을 운항했던 아라퀸즈호(3천403t)는 운항이 중단된 상태다.

이 중 포항~울릉을 오가는 썬플라워호가 1995년 6월에, 울진 후포~울릉 씨플라워2호가 1990년 2월에 건조됐다. 지금은 휴항 중인 포항~울릉 아라퀸즈호도 1996년에 건조되는 등 여객선의 선령이 평균 20년 내외이며 많게는 24년까지 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연안해운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여객선 217척 중 선령 20년 이상된 노후 선박은 67척으로 전체의 30.9%에 달했다. 이처럼 20년 이상된 노후 선박이 많은 것은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 운항가능 연한을 최장 30년까지로 연장했기 때문이다.

현행 항해지침상 여객선의 내구연한(운항 가능 한계시기)은 20년이다. 다만 내구연한이 지나도 최초 5년 동안은 매년 1회 이상 특별점검을 받는 조건으로 추가 운항이 가능하다. 이후 다시 5년간 특별점검을 더욱 강화해 운항할 수 있어 최장 30년까지는 운항이 가능한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우리나라 여객선은 대부분 외국의 중고 선박을 사오는 경우가 많아 잔고장이 종종 발생한다"며 "동해안은 풍랑이 심하고 특히 울릉도는 접안시설이 열악해 자칫 선박 관리에 소홀할 경우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김대호 기자 dhkim@msnet.co.kr

김도훈 기자 hoon@msnet.co.kr

신동우 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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