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 이야기]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 주연 보아

가수 보아(28)는 이미 연기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해 방송된 KBS 2TV 2부작 드라마 '연애를 기대해'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에 앞서 SBS TV '아테나: 전쟁의 여신'에 카메오로 나왔고, 최근에는 영화 '관능의 법칙'에도 잠깐 등장했다.

이달 17일 개봉한 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감독 듀안 에들러)는 보아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2011년 1월부터 시작해 4월에 끝이 난 작업. '연애를 기대해'보다 먼저 참여한 작품이다. 보아는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굉장히 의아해했다고 떠올렸다. 이전에도 "같이 연기해 보자"는 제의는 많이 받았지만 선뜻 도전하지 않았다. "왜 내게 연기를?"이라는 반응이 앞섰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을 시작으로 '아시아의 별'이라는 별명을 얻고 가수로 활동을 해왔으니 연기는 이질감이 느껴졌으리라.

하지만 보아도 댄스영화를 향한 꿈은 있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분야인 춤을 소재로 하는 것이니 도전하고 싶었다. 투어 공연 중 일본으로 직접 날아온 감독의 정성이 보아의 마음을 더 기울게 했다. 대본이 다 영어인 걸 보고 마음이 반대쪽으로 기울었었는데 직접 자신을 만나러 온 감독을 보고 "이 감독님이라면 나를 잘 끌고 나갈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영화를 보는 감회는 못내 아쉽다. 하지만 "과거 내가 할 수 있었던 베스트를 했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극 중 보아의 연기는 꽤 안정적이다. 이미 '연애를 기대해'를 통해 알아본 이들이 많다.

"가수가 연기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달갑게 보진 않잖아요.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크게 실망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준비한 것 같아요. '연애를 기대해' 때는 PD님과 매일같이 만나서 얘기하고 배웠죠(웃음). '메이크 유어 무브'는 솔직히 잘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찍었어요. 탭댄스는 춰본 적이 없어서 배워야 했거든요. 감독님이 연기 후 모니터도 안 보여주시더라고요. 나중에 물어보니 제가 어떤 틀에 갇혀 있는 연기를 할까 봐 그랬대요."

'메이크 유어 무브'는 탭댄서와 북 치는 댄서와의 사랑 이야기가 주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사는 두 남녀 도니(데릭 허프)와 아야(보아)가 춤이라는 연결 고리를 통해 사랑에 빠지는 것.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나기도 한다. 도니의 형 닉(웨슬리 조나단)과 아야의 오빠 카즈(윌 윤 리)가 절친한 사이에서 앙숙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에서 일본 전통 악기인 타이코 북을 치면서 탭댄스를 추는 댄스팀 '코부'가 모델이다. 감독이 코부 공연을 보고 모티프로 따왔다. 원래 아야는 일본인이었는데 보아가 감독에게 "아야가 한국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모티프가 된 북을 바꿀 수 없으니 중재안으로 재일교포로 설정됐다. 보아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배우 윌 윤 리에게 대사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카즈의 욕도 보아가 알려준 대사다. 보아는 "정말 열심히 연습하더라"고 웃었다.

영화는 남녀 주인공의 러브신도 인상 깊다. 도니와 아야가 춤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입맞춤을 한다. 가수로 활동하며 주로 혼자 춤을 췄던 보아와는 다른 스타일이라 호흡을 맞추기 힘들었을 것 같다.

"맞아요. 저는 파트너가 있는 춤을 춘 적이 없었어요. ('댄싱 위드 더 스타'에서 총 4회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데릭은 항상 파트너가 있었죠. 리허설할 때 데릭이 제 몸을 만지는데 소리 지르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데릭이 '너는 아시아 팝스타인데 이런 춤 안 춰봤느냐?'고 하더라고요. 적응할 때까지 시간이 걸렸죠. 헤헤헤."

그는 "서로 춤을 오래 춘 프로들이다 보니 긴장감을 늦춰서는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잘하려고 한 경쟁심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위험한 안무도 있었는데, 누구 하나 실수하면 크게 다칠 수 있으니 긴장하고 춤추고 연기했다"고 만족해했다.

보아는 데릭에게 호감이 생기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쉬움이 남는 말투도 아니었다.

그는 "호감이 생기기에는 땀 흘리는 것도 많이 봤고, 현실적인 것을 너무 많이 봤다"고 웃었다. 그래도 데릭이 자신의 파트너여서 좋았단다. 할리우드 데뷔작이니 다른 핫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걸 꿈꾸기도 했을 법한데 그는 "다른 사람들은 데릭만큼 춤을 못 춘다"며 "데릭만 한 친구는 없을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이어 "데릭이 좋아하는 보디로션 냄새가 있는데 너무 진해서 '안 바르면 안 되느냐?'고 했더니 자기가 좋아하는 향도 버리고 호흡을 맞춰 주더라"고 고마워했다.

극 중 연애 감정을 보이는 게 사랑 경험이 상당한 것 같다고 하니 웃는다. "연애 경험이 없지는 않다"는 보아. 어떻게 들키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지금은 진짜 없는 것"이라고 웃었다. 소녀시대의 수영이 배우 정경호, 윤아가 가수 이승기와 사귀는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후배들이 연애하고 있는데 보아는 어떤지 물었다. 그는 "그 친구들이 정말 예쁘게 만나는 것 같더라. 난 예전에는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당분간 일에만 몰두해야 할 것 같다"며 "이만큼 기다렸으면 좀 더 기다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벌써 데뷔 15년 차. 내년 한국에서 새 앨범을 낼 계획이다.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고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영화 '빅매치'를 통해서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막바지 촬영 중이다. 그는 "배우로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앨범 작업을 할 때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메이크 유어 무브'를 통해서는 힐링도 경험했다고 한다. "'메이크 유어 무브'는 춤을 일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즈음 춤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알게 해준 작품이에요. 가수로서도 좋은 영향을 줬고요. 춤이 단순히 보여주는 게 다가 아니고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걸 알려줘 좋았어요. 댄스영화로서 최고의 칭찬으로 둘의 퍼포먼스가 정말 좋았다는 반응을 받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데릭과 보아의 '케미스트리'가 좋았다는 평을 받으면 더 좋고요. 호호호."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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