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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뒷면도 밝게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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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안에 그보다 작은 네모를 또 그리고 각각 가까운 꼭짓점을 선으로 이어놓은 그림을 보면 보는 사람에 따라 안의 네모가 튀어나왔다고 볼 수도 있고 들어갔다고도 볼 수 있어.

반 컵의 물을 바라보는 것도 마찬가지야. 어떤 사람은 물이 반밖에 없다고 하는데, 어떤 사람은 물이 반이나 있다고도 하지.

얘야, 세상의 일이란 이처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도 있는 것 같구나.

어느 곳에 한 아이가 있었대.

이 아이는 미술 시간에 '소풍'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

'그래, 소풍날 시원한 냇물에 들어가 풍덩거리고 싶구나.'

그래서 이 아이는 온 도화지 전체에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인 진한 남색을 가득 칠했어. 그만큼 깊고 시원하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였지.

그런데 선생님이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

"대낮에 이렇게 어두운 색깔을 칠해 놓으면 어떻게 하니?"

그 후로 이 아이는 그만 그림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말았어. 미술 시간마다 또 어떠한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 돼 제대로 그릴 수 없었거든.

그런데 그다음 해 새 학년이 되었을 때의 일이야.

또 미술 시간을 맞게 되었는데 '지난겨울 동안 있었던 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어. 이 아이는 또 어떤 소리를 들을까 싶어 아무것도 그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고 있었어.

그러자 새로 오신 선생님이 다가와 말씀하시는 거야.

"야, 네 그림은 정말 넓고 시원하구나. 온 들판에 하얀 눈이 가득 펼쳐져 있네!"

이 아이는 깜짝 놀랐어.

'어, 아직 하나도 칠하지 않았는데 흰 눈을 가득 그려놓았다고 하시다니! 그래, 그렇다면 여기에 강아지 발자국과 내 발자국을 그려서 즐거운 겨울 모습이 되도록 해 보자.'

이 아이는 이렇게 생각하고 열심히 그림을 그렸어. 선생님이 다시 다가오시더니 또 칭찬하시는 거야. "야, 눈 위의 발자국을 보니 이리 뒤고 저리 뛰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떠오르는구나. 강아지의 입김까지 보일 것 같다"

'야, 신난다. 나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구나.' 이 아이는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에 크게 용기를 내었어. 그때부터는 미술 시간이 두렵지 않게 되었대.

이 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도 선생님의 칭찬을 오래오래 가슴에 새기며 다른 일도 잘하며 잘살아갔대. 그리고 남에게 무슨 말을 할 때에는 꼭 미술 시간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며 늘 상대방에게 용기를 주는 말을 하려고 애썼대.

그래,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주 중요한 것 같구나. 또 남에게 용기를 주는 일만큼 보람 있는 일도 없을 것 같구나.

아동문학가 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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