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희생으로 희망 살린 젊은이들 잊지 않기를

도처에 썩어 문드러진 냄새가 나는 안전 불감증 3류 대한민국에도 사람이 있었다.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전복되는 긴박한 순간에도, 친구를 구하느라 하나뿐인 삶을 접었던 용자(勇者) 아들을 가슴에 묻은 아버지에게서도 우리는 비통함 가운데 '진정한 인간'을 만났다.

세월(歲)을 넘는다(越)는 괴상한 뜻을 지닌 '세월호'에 어울리지 않게 성숙하고 책임감 강했던 객실 승무원 박지영(22) 씨. 기울어져 몸을 가누기 힘든 상황에서도 "언니는 안 입느냐"는 애들에게 일일이 구명조끼를 입혀주며 "승무원은 마지막이야"라는 말로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박 씨는 죽음이 앗아갈 수 없는 고결한 인간미와 아름다운 희생정신을 남겼다.

가족들과 나눈 이승에서의 마지막 통화에서 "통장에 돈이 좀 있으니 아들 학비 내라. 지금 애들 구하러 가야돼"라는 급박한 말을 남기고 실종된 세월호 사무장 양대홍(45) 씨, 여객선 침몰이라는 상상불가 위기 상황을 맞아 학생들을 먼저 보내느라 결국 숨진 단원고 남윤철(35)'최혜정(25) 교사, 친구를 구하고 구명조끼를 벗어준 뒤, 다시 친구를 구하러 들어갔다가 짧은 삶을 마감한 정차웅(17) 군과 믿기지 않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면서도 "세금을 낭비할 수 없다"며 가장 싼 수의와 관을 선택한 차웅 군의 아버지.

침몰하는 순간에도 "구명조끼 없어"라는 친구의 말에 "내 것 입어"라고 양보한 단원고 박수현(17) 군과 그 친구들은 죽음이 갈라놓을 수 없는 우정과 서로에 대한 믿음의 끈을 결코 놓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갔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피에타처럼 어른들은 멀쩡한 외모와 직위 뒤로 온갖 비리에 협잡, 그리고 피에다 돈을 타 마시는 인간 이하의 짓을 서슴지 않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어른들의 말을 믿었고, 절망 앞에서 희망을 잃지 않았고, 친구와 승객을 위해 기꺼이 구명조끼를 내 놓았다. 안전을 돌봐주지 않는 몹쓸 나라를 위해 세금을 아꼈다. 허망한 나라에 숨져간 젊은 그들이 희망의 끈을 남겼다. 그들에 대한 의사자 지정은 물론, 도처에 독을 피우고 있는 부패와 극단적 이기심을 이 기회에 끊어버려야 한다.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덧없이 스러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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