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산 2번 변하도록 정부 안전대책 변한게 없어요"

상인동 가스폭발 19주기 유족들 추모식서 오열

"어른들 때문에 또다시 죄 없는 애들만 희생됐습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이놈의 나라는 변한 게 하나도 없네요."

28일 오전 대구 달서구 학산공원에는 19년 전 대구 달서구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모였다. 사고 이후 19번째 맞은 추모식. 위령탑 앞에선 그들은 그때의 악몽을 떠올리는 듯 서럽게 오열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내 자식을 저 멀리 보냈는데. 그날 이후로 하루도 편하게 잠을 이룬 적이 없어요."

유족들을 더욱 슬프게 한 건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또다시 이 나라에서 일어났다는 것. 저 차가운 바다에 자식을 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그들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고, 그 슬픔이 얼마만큼 큰지도 가늠할 수 있어서였다.

당시 사고로 중학교 2학년이던 아들을 잃은 박순금(58'여) 씨는 세월호 사건을 얘기하다 왈칵 눈물을 흘렸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또다시 아이들이 억울한 죽음을 당했어요. 그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우리 아들도 학교에 지각하면 안 된다며 서둘러 나갔는데, 내가 조금만 늦게 보냈더라면, 신호를 어기고 무단횡단이라도 했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며 매일 가슴을 칩니다."

이 자리에 모인 유족들은 1995년 4월 28일 오전 7시 52분 도시철도 1호선 공사장에서 도시가스 배관에서 누출된 가스가 폭발해 가족을 잃었다. 101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고, 202명이 부상을 당했던 상인동 가스폭발 참사. 희생자 중에는 당시 영남중학교 학생 42명도 끼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101명의 희생자 중 지금은 20명 안팎의 희생자 가족만이 유족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당시 영남중학교 학생들의 학부모들. 이 때문에 누구보다 세월호 침몰 참사로 가족을 잃은 학부모의 심정을 잘 알았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박 씨는 요즘 떨리는 손끝으로 TV를 켜 세월호 구조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그 부모들 마음은 우리 같은 사람들밖에 모를 거예요. 정말 진심으로 아이들이 살아오길 바랍니다."

이심전심. 그러나 사회는 이런 아픔을 또다시 양산하고 말았다. 그들은 여기에 분노했다. "(상인동 가스폭발) 사고가 난 뒤 정부는 물론 대구시 등 온갖 곳에서 대책을 마련한다고 부산을 떨었으나,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어요. 또다시 터진 대형참사는 그때의 교훈을 너무 쉽게 잊어버린 무관심 때문이 아닐까요."

유족들의 말처럼 이날 추모식은 사회적 관심에서 비켜 가족들만의 조촐한 자리가 됐다. 대구시장도, 시의원도, 구청장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대구시장 경선에 달음질하고 있는 새누리당 예비후보들도 옛 사고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나마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예비후보와 구청장 예비후보, 몇 명의 구의원 예비후보가 자리를 지켰다.

정덕규 유족회 대표는 "세월호 침몰 참사라는 대형사고는 결국 과거를 기억하지 못해서 또다시 벌어진 불행"이라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제라도 반드시 관심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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