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진료실에서 새파랗게 젊은 교수가 진료를 받으러 온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 묻는 말이다. 요즘 세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내가 햇병아리 수련의로 있던 시절에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아마도 자신의 의술로 환자들에게 은혜를 베풀어준다는 권위주의적 특권의식과 의과대학 교수에 대한 환자들의 맹목적인 신뢰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을 것이다.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의사는 환자와 특별한 신뢰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도대체 얼마나 신뢰하여야 자신의 수술을 맡길 수 있을 것인가? 의사인 나도 병이 생겼을 때 치료해줄 의사를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일반인이 멀쩡한 얼굴을 수술하기 위해서 의사를 선택하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성형외과병원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수룩한 시골 할머니도 아닌, 젊은 도시 여성들이 의사를 만나지도 않고 상담실장과 상담하고 성형수술을 예약하는 병원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의사를 만나지도 않고 수술을 결정하다니 상담실장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KTX 개통 후에 지방 환자들이 서울에 가서 수술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혹시 인터넷 검색으로 유명한 병원을 찾아 서울로 가는 것이라면 우선 말리고 싶다.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성형외과의원들 간에는 엄청난 광고경쟁이 있어서 인터넷 검색으로 훌륭한 의사를 찾을 가능성이 희박하고, 실제로 능력을 인정받는 노련한 전문의들은 유난스러운 광고나 홍보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훌륭한 의사를 찾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이 아니라 주변 의사들을 통하여 알아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각 분야의 주요 학회에서 발표를 한 경력이나 논문발표 실적 등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너무도 유명한 병원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의사들이 대리수술을 하는 경우가 보도된 적도 있다. 광고를 많이 하여 유명한 병원을 찾아가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가끔 드라마에서는 젊고 유능한 의사가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또한 솔직히 저렴한 수술비용으로는 좋은 의사를 만나기 어렵다. 성형외과전문의가 되고 나서 수술을 제대로 하려면 한 분야에서 최소한 10여 년을 매진하여야 비로소 큰 실수를 하지 않게 된다. 제대로 수술을 하는 노련한 전문의는 자존심을 깎는 최저가 수술을 하지 않는다. 제일 싸고 수술 잘하는 병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성형수술은 제품마다 품질이 다르므로 온라인 상품구매와는 다른 것이다.
멀쩡한 사람의 얼굴에 칼을 들이대는 성형외과의사들은 간이 보통 큰 사람들이 아니지만, 성형환자가 집도의 얼굴도 모르고 수술대에 드러눕는 현실이 너무 무섭다.
정 재 호(오블리제성형외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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