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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읽기] '강아지똥' 권정생 선생 문학의 향기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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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권정생/이기영 지음/단비 펴냄

'강아지똥'은 죽음 앞에 선 권정생(1937~2007)을 살려낸 동화다. 권정생은 1966년 콩팥과 방광을 들어내는 대수술을 받고 의사로부터 시한부 2년 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강아지똥을 쓰는 동안 기한을 넘긴다. 글을 쓰는 동안 권정생은 곧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났다. 강아지똥이 잘게 부서져 거름이 되어 민들레꽃을 피우는 이야기는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위안이 됐다.

권정생은 1969년 강아지똥으로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당선돼 상금 1만원을 받는다. 이 중 5천원으로 새끼 염소 두 마리를 샀다. 권정생은 1971년 '아기양의 그림자 딸랑이'로 매일신문 신춘문예 가작에도 입선돼 상금 2만원을 받는다. 다른 수상자들은 상금으로 곧장 술을 사 마셨다. 하지만 권정생은 쌀값 등 최소한의 생활비를 떼어놓고는 원고지부터 샀다.

권정생이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다. 지난 5월 17일이 권정생의 기일이었다. '강아지똥' '몽실언니' '한티재하늘' 등으로 국내 아동문학계에 큰 족적을 남긴 권정생을 기리는 움직임은 꾸준하다. 권정생의 유언대로 2009년 우리나라와 북한은 물론 세계 분쟁지역 어린이들을 돕는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이 설립됐고, 올해 7월에는 권정생 어린이문학관이 안동 구 일직남부초등학교 자리에 문을 연다.

권정생의 일대기를 담은 책도 여러 권 나왔다. 그런데 대부분 권정생을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았던, 비범하고 위대한 인물로 그린다. 이에 저자 이기영 씨는 권정생의 작지만 단단했던 생애를 차분하게 되돌아볼 것을 권한다.

책은 권정생의 일대기를 시기별로 나눠 풀어낸다. ▷1부 권정생이 일본에서 태어나 보낸 어린 시절 이야기 ▷2부 10살 때 고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앓는 병을 얻은 이야기 ▷3부 동화작가의 삶을 시작하며 평생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만나는 이야기 ▷4부 안동 일직면 조탑리 빌뱅이 언덕 작은집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저자는 최대한 자료에 근거해 권정생의 인생 궤적을 따라간다. 권정생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분석하고, 권정생이 자주 교류했던 이오덕 평론가'이현주 작가'정호경 신부 등이 남긴 책과 편지글은 물론 권정생이 있었던 교회 주보와 소식지까지 찾아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풍부한 권정생 사료집이기도 하다. 앞서 저자는 권정생의 작품 목록을 정리해 '권정생 연보'를 만들기도 했다. 저자는 20여 년 전부터 권정생의 작품들을 연구해왔다.

한편, 이 책 제목은 임길택 시인이 1997년 회갑을 맞은 권정생에게 헌정한 같은 제목의 시에서 가져왔다.

316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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