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첫 인간부터 하느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원죄를 지은 사실과 끊임없이 죄를 범하는 인간의 모습을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이렇게 죄를 짓는 이유는 완고한 마음, 고집스러운 마음, 교만한 마음, 반항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고 죄를 지을 때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에 회개를 촉구하면서 이스라엘에 자기의 죗값을 치러야(레위 26,41)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이 치러야 할 죗값은 험난한 고난의 길이나 죽음의 길이 아니라 마음을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이 당신의 백성으로 살아가야 할 길인 십계명을 돌판에 새겨 모세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분이 원하신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에 새겨져(신명 11,16; 신명 26,16) 당신의 진정한 뜻이 이 세상에 실현되는 것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완고한 마음, 교만한 마음, 반항하는 마음 때문에 십계명을 마음에 새기지 못함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저버렸습니다. 하느님은 이러한 이스라엘에 강력한 처벌을 하기보다 "마음의 포피를 벗겨내어라"(예레 4,4)고 하며, '마음의 할례'(에제 44,7)를 통해 새롭게 살 것을 요구하십니다. 또한 이러한 삶을 위해 하느님은 이스라엘에 '돌로 된 마음을 치우고 살로 된 마음'(에제 36,26)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이 약속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성자이신 예수는 이 세상에 오시어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마르 1,15)고 하시며 마음의 변화를 요구하십니다. 또한 예수님은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마태 5,3)이라고 선포하시며, 마음의 가난을 요구하십니다. 마음의 가난은 곧 완고한 마음, 교만한 마음,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겸손하게 하느님의 뜻에 따라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며 자신을 내어 놓는 봉사의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한 달여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는 경제제일주의, 발전지상주의, 파벌주의, 지역주의, 관료들과 지도층의 특권의식, 편법과 불법 등 탐욕과 교만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참으로 '돌 같은 마음'을 가진 기성세대들이 '살 같은 마음'을 지닌 꽃 같은 우리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조직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우리 모두가 가진 돌 같은 마음 때문입니다. 이제 어느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마음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사악한 생각들을 몰아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가난한 마음, 즉 인간을 하느님의 모상으로 섬기는 인간존중사상, 세상 모든 가치의 중심은 인간이라는 인본주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섬기는 봉사정신, 어떤 경우에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투철한 책임의식, 원칙과 상식을 존중하는 정신이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의 생각이 이기적이고 죄악에 물들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뜻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회개를 통해 우리 안에 존재해 있는 돌 같은 마음을 도려내고, 창조주이며 구세주이신 하느님이 주시는 살 같은 마음, 가난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세상을 향해 부릅떴던 두 눈을 내 마음으로 돌리고 하느님의 말씀을 들읍시다. 그분은 사랑이시기에 우리에게 살 같은 마음을 주실 것입니다.
김명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국제다문화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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