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매직 로즈

아침 신문을 보니 한 농업인이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하는 장미를 개발하여 일본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매직 로즈'이다. 연두, 보라, 야광 장미뿐 아니라 꽃잎마다 다른 색으로 변하는'레인보우 로즈'까지 만든 모양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수입하여 게임으로 상품화했다. 연인들끼리 입김으로 후우 불어 장미가 어떤 색으로 변하는지 알아맞히는 게임이다. 사랑의 속성에 민감한 젊은이들 사이에 특히 인기가 있다고 한다.

내 나이 스무 살 무렵, 내가 다니던 대학 캠퍼스에는 유난히 장미가 많았었다. 가톨릭의 교화(敎化)가 장미였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신부(神父)였던 총장의 장미 사랑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5월이면 캠퍼스 곳곳에 수백 가지의 장미가 만발했다. 강의실까지 장미향기가 올라와 반짝이는 나뭇잎과 함께 나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어쩌다 강당 쪽에서 오페라 아리아라도 섞이어 들려오면 마음은 창공을 날아 미지의 세계로 달음박질했다.

어느 초여름 대학 강당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독주회에 갔을 때 연주자는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장미빛깔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연주회가 끝나 밖으로 나왔을 때 교정 가득 풍겨 나오던 장미향기, 멘델스존, 그리고 드레스.

머뭇거리며 그가 장미 한 다발을 건넸을 때 나는 그것이 내 생(生)의'매직'인 것을 몰랐다. 당연히 입김으로 불어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나는 심지어 그가 준 장미를 내 삶의 다른 이름으로 이해했다. 장미는 그저 장미인 뿐인 것을. 생일 케이크나 샴페인이 아름답기는 해도 삶 그 자체가 아니듯이.

매직 로즈 게임은 순식간에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레인보우 로즈 게임은 값도 비쌀 뿐 아니라 반응이 뜨겁다는 소문이다. 게임에서는 룰이 복잡할수록 흥미를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해 보라. 한 떨기 장미가 내 손에 들어오는 순간 꽃잎마다 시시각각 다른 색깔로 변해 가는 모습을.

이제 장미는 가시와 더불어 매직으로도 위세를 떨치게 되었다. 클레오파트라와 카르멘이 살아 있다면 매직 로즈를 어떻게 활용할까. 클레오파트라는 시저가 오는 길에 야광 장미를 뿌려대고, 카르멘은 호세를 유혹하기 위해 레인보우 로즈를 던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진/에세이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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