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물이 새록새록 아른거린다.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다 끝내 눈물을 보였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생각하며 온 국민이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여기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여'야의 차이도, 사상과 이념의 구별도 없다고 믿는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부추기는 사람들도 아마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황당하고 어처구니없어 뭐라 말하기도 어려운 어린 청소년들의 무고한 죽음 앞에서 안타까움이든 분노든,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만은 감정을 가진 인간인 이상 피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파격적인 대책까지 내놓았다. 해경 해체를 포함해 아예 정부조직을 뜯어고치겠다고 선언했다. 관피아를 원천적으로 없애고자 공무원 채용제도까지 손볼 방침이다. 이런 대책이 어떤 실효성과 부작용을 가져올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세월호 참사가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정부 시스템 전반'에 대한 무능과 무책임에서 비롯됐다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이번만은 뭔가 다를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바로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전 국민이 흘린 눈물이 이번에도 단지 눈물만으로 끝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돌이켜 보더라도, 전지전능할 것 같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사실 별것 아니었다. 1994년 10월 21일 아침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다리가 두부 잘리듯 뚝 잘려나가 중고생을 포함해 32명이 죽어나갔을 때도(성수대교 붕괴), 1995년 6월 29일 멀쩡해 보이던 유명 백화점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려 502명이 숨졌을 때도(삼풍백화점 붕괴), 그리고 2003년 2월 18일 200명 가까운 시민들이 지하철 속에서 불타 숨졌을 때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참담한 심정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약(空約)을 내뱉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과연 우리 사회가 과거의 아픔을 제대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초대형 참사가 이어지는 기간에 여'야의 정권교체도 여러 번 있었다. 그런데 우리 지역출신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괴상한 말을 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 대선 기간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이 엄청 죽고 감옥 갈 거라고 말했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된 것 같다는 내용이다. 물론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은 결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 유시민 씨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류의 비극이 우리 사회 내 뿌리 깊은 모순과 부조리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는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그는 전전 정권에서 장관까지 지냈다.
우려는 여기에서 시작된다. 세월호 참사라는 절대 다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국가적 비극을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적 공세거리로 여기는 야권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진정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별로 나을 게 없다. 5월 임시국회를 '세월호 국회'라고 소집해 놓고 정작 관심은 잿밥(지방선거)에 가 있다는 언론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
걸림돌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관료조직은 지금 국민과 대통령의 분노로 잔뜩 움츠러 있기는 하다. 조그만 틈만 생기면 다시 기득권을 찾기 위해 몸부림 칠 것이다. 개혁과 혁신을 그토록 강력히 표방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결국 관료와의 싸움에서 패하고 말았다는 항간의 이야기는 이제 상식이 됐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 권력의 크기만큼이나 외롭고 고독하다.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듯하지만, 속내는 겉모습과 전혀 딴판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반대파의 헐뜯기 공세도 참고 견뎌야 한다. '내 사람'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바로 그 속에 또 하나의 함정이 숨어 있다. 내(대통령)가 외롭고 힘들 때 (아첨으로) 옆에서 마음의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는 사람, 그가 바로 발등을 찍는 진짜 적이다.
신념을 갖되 자만하지 마라. 박 대통령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다. 지금 박 대통령이 반드시 성공해야 할 임무의 암호명은 '미션 임파셔블'이다. 과거 어떤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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