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교육에서 가장 중시하는 목표는 꿈과 끼를 살리는 행복한 교육이다. 성적과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진로와 적성에 맞는 교육, 학교생활이 행복해지는 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역대 정부가 그랬듯 오랜 관행과 현실적인 조건, 입시라는 벽에 부딪혀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장 진로별 교육과정 개설만 해도 한계가 분명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교과를 선택해서 맞춤형으로 학습하기에는 교사 수급, 학생 수준 등 풀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그렇다고 교육 당국과 학교 관계자들이 방관해선 곤란하다. 오히려 기본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수업부터 행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많은 학교 시스템이 바뀌었지만 가장 더디게 변하는 것이 수업이다. 모둠별, 수준별 등 다양한 형태의 수업 방식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개는 학부모 시대의 수업 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교사의 역할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의 주도권은 여전히 교사에게 주어져 있고,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산업화 시대의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교육, 스마트 교육 등 기자재는 첨단화했지만 수업의 주인공은 아직 학생이 아닌 것이다.
학생들이 수업의 주인공이 되려면 교사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티처(teacher)가 아니라 학생들의 주도적 학습을 지원하는 서포터(supporter)의 입장이 돼야 한다.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에 맞게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 개선은 단순히 수업 진행 방식의 개선이 아니라 교사의 역할 전환에 맞춰야 한다.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준과 수업 목표에 따라 티처가 될지 서포터가 될지 판단해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교실이 학생과 교사가 함께 호흡하는 진정한 교육의 장이 될 수 있다.
학교 형태가 다양해지고, 학생들의 욕구도 각기 다른 요즘의 학교 현장에서 획일적인 지식 전달 방식의 수업으로는 결코 모든 학생들이 행복해질 수 없다. 지역 간, 학교 간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고 같은 교실에서조차 학생 수준이 천차만별인 현실에서는 가르쳐야 할 아이들이라는 관점보다 도와줘야 할 아이들이라는 관점이 절실하다. 교실 수업과 교사의 역할 변화야말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이 행복해지는 출발점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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