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사 뿌리는 경주" 신라사 연구 20년 맥브라이드 교수

한문 통달, 논문 30여 편·저서 4권…국제 한국학계서도 주목받는 학자

"제가 닭띠니까 올해 몇이죠.…아! 맞다. 마흔여섯 살이군요."

금발 머리카락에 살집이 넉넉한 푸른 눈의 남자에게 나이를 물었더니 댓바람에 유창한 한국말로 12지지로 대답했다. 그는 미국 브링햄 영(Bringham Young) 대학교 하와이 캠퍼스 사학과에 재직하고 있는 리처드 맥브라이드 교수이다. 지난달 말 계명대학교서 열린 '한국학 국제학술대회' 참석 차 대구에 온 그는 국제 한국학계에서 주목 받는 젊은 학자로 신라와 한국불교 연구에 푹 빠져 있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에 나오는 대구경북은 역사적'문화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땅입니다. 특히 신라인들이 불교를 받아들인 후 삼국을 통일하기까지 그들이 살았던 이 땅은 정말 중요한 지역이었지요. 그중에서도 김부식이 '중악'이라고 명명한 팔공산은 화랑들의 호연지기를 기른 곳으로 신라의 국력이 뻗어나간 구심점이 됐던 곳입니다."

20년 넘는 내공의 한문 실력을 기초로 불교 중에서도 어렵다는 화엄경과 삼국유사와 삼국사기 원전을 완독, 내용을 꿰차고 있는 맥브라이드 교수의 신라 이야기는 여느 국내 신라 관련 학자의 강의 못지않게 흥미진진했다. 막걸리라도 마시며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정도다. 그의 해박한 한문 실력과 풍부한 독서력은 1989년 공개돼 사실 여부 논란을 벌였던 '화랑세기 필사본'이'쓰다가 만 한문소설'이라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한학자 박창화가 필사했다는 '화랑세기'는 ▷화랑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풍월주' 란 용어가 고려시대 처음 나온 말이며 미실 등의 계보가 인위적인 점 ▷병자나 망자를 돌보는 지장보살이나 메시아적인 미륵신앙이 동시대 불교문화를 주도했던 중국에서도 신라시대 이후 나타났으며 ▷박창화가 화랑세기 진본을 확보했다면 왜 가족에게조차 이를 알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들어 결국 '화랑세기 필사본'은 허위임을 드러냈다.

맥브라이드 교수는 1989년부터 2년간 선교사로 한국 땅을 밟았다. 신라와 인연을 스스로 큰 축복으로 생각하는 맥브라이드 교수는 어쩌면 전생에 신라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도 동감을 했다.

"현재 한국문화와 한국어는 경주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라문화를 등한시하면 안 되죠. 경상도 지역은 유교와 불교 문화사적으로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신라를 잊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죠."

선교사 시절 사귄 한국 여성과 결혼한 그는 현재 두 아들을 두고 일 년에 서너 차례 처가를 찾는다.

"집에서 저는 '김춘추'이고 두 아들은 각각 '법민'과 '인문'으로 부릅니다.(웃음) 대구에서 선교하던 시절에 먹었던 경상도식 된장찌개는 정말 좋아합니다."

맥브라이드 교수는 지금까지 30여 편의 한국학 논문과 4권의 불교 및 신라에 대한 책을 썼고. 앞으로 고려 의천국사 관련 연구와 화랑세기와 삼국유사의 영어번역, 원효사상 연구에 관심을 둘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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