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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동에서] 전문대학의 도시,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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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에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저렴하다', '학교 서열이 없다'…. 얼마 전 지역 전문대학에서 일하는 지인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전문대학의 장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였다. 올해 초 총장 보고용으로 작성한 문건이라고 한다.

보고서 내용을 찬찬히 훑어보면 전문대학의 비전이 보인다. 먼저 전문대는 취업에 유리하다. 2013년 6월 1일 기준 전문대 취업률은 61.2%로 4년제 대학의 55.6%보다 5.6%p(포인트)나 높다. 특히 영진전문대(77.0%)와 구미대(80.5%)는 졸업생 2천 명 이상 '가'그룹과 졸업생 1천 명 이상~2천 명 미만 '나'그룹에서 각각 전국 1위의 취업률을 달성하며 대구권 전문대의 위상을 높였다. 반면 4년제 대학 취업률 1위는 성균관대(69.3%)로, 10위권 이내 대구권 대학(졸업생 3천 명 이상 기준)은 아예 없다.

전문대의 또 다른 장점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등록금이다. 2013년 기준 전국 전문대 연평균 등록금은 585만 원으로 4년제 대학(733만 원)보다 148만 원 저렴하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은 주당 20시간으로 4년제(17.5시간)보다 2.5시간 길다. 4년제 대학이 전문대보다 적게 수업하고 훨씬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전문대에 대한 인식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뿐 아니라 우리 사회 상당수는 '전문대보다 4년제'라는 막연한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대를 택하는 신입생 중에는 웬만한 4년제 대학 합격생보다 성적이 우수한 인재들이 넘쳐난다. 최근 대기업 취업에 성공한 지역 전문대 졸업생들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입학 당시 이들은 4년제 대학에 동시에 합격했지만 화려한 간판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직업인으로 사는 데 필요한 전공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재학 시절 수면시간은 하루 평균 3, 4시간 남짓. 각자의 꿈을 이루려고 정말 지독하게 공부했다.

2014학년도 기준 대구 7개 전문대학 평균 경쟁률(7대 1)은 비수도권 가운데 가장 높다. 1960년대 말 전문대 탄생 이후 지난 50여 년간 대구는 '전문대학의 도시'라는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역 전문대 교직원들은 "대구는 신입생 유치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수도권 전문대가 함부로 넘보지 못하는 유일한 비수도권 지역"이라고 자부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수도권 집중화 속에서 최고의 전통, 최고의 시설, 최고의 경쟁률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역 전문대는 급변하는 교육환경에 발맞춰 공업(영진전문대'영남이공대), 보건(대구보건대), 문화(계명문화대) 등 각 대학 나름의 특성화를 구축하고, 다양한 형태의 전문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채 전문대를 경시하고 차별하는 인식은 전문대뿐 아니라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학력 거품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보다 어떤 능력이 있고 뭘 할 수 있느냐를 따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학력 거품이 걷히고 능력 중심의 사회가 열릴수록 '전문대학의 도시'라는 상표는 대구 발전의 기폭제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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