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바로 옆에 차량 '쌔앵'…도로위 '아찔 보행'

불법주차 꼬리 물고 인도 점령, 시민들 목숨걸고 다녀야할 판

16일 오후 대구 남구 봉덕1동을 가로지르는 중앙대로 32길, 폭이 15m 정도 되는 왕복 2차로 도로 양옆으로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차돼 있었다. 주차선이 그어진 곳에 차를 댄 운전자들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불법주차. 여기에 이중주차된 차까지 더해 도로폭이 크게 좁아져 있었다. 별도로 인도가 없다 보니 보행자들은 주차된 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거나 위험을 감수하고 차가 달리는 도로 쪽으로 나와 걸어야 했다.

차량 통행이 잦은 좁은 도로에 불법주차가 기승을 부려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곳 상가와 주민들은 차가 많이 다니지 않던 20여 년 전에 주차선이 그어져 지금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곳엔 식당과 각종 상점이 많아 밤낮으로 불법 주정차가 기승을 부리는 등 큰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구청도 이를 잘 알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동식 단속차량을 가동해 단속활동을 벌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강모(72) 씨가 차도를 걷다 뒤에서 방향을 틀던 차와 부딪히기도 했다.

박준영(30) 씨는 "이 길을 지날 때 가슴이 철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주차된 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도로 걸어가고 있는데 바로 옆으로 쌩하고 지나가 몇 번이나 놀랐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모(65) 씨는 "구청이 길에 주차선을 긋고 보행자를 도로로 내모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남구청은 예산 부족 타령만 하고 있다. 민원이 끊이질 않아 인도 설치 계획을 세워놓고도 예산 8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남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주차선을 없애고 인도를 설치하면 이 일대에 차를 댈 곳이 없어져 운전자들의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고 상가들의 반발도 우려된다"며 "별도로 책정된 도로환경개선 예산도 없어 불법 주정차 단속만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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