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자 농촌, 희망 김천] <6>부농의 꿈 돕는 농기계임대은행

"비싼 농기계 나눔 사용 年 40억 절약"

김천에는 농민들만을 대상으로 연중무휴로 영업하는 은행이 있다. 오전 8시부터 문을 여는 이 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것은 농기계. 지난 2006년 전국 최초로 김천에서 첫 영업을 시작한 농기계임대은행이 이젠 김천시내에 5곳이나 만들어지면서 농민들의 영농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천시가 농업인들의 편의를 위해 개점한 농기계임대은행이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하기 힘든 소농들과 귀농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부농의 꿈을 이루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단돈 몇만원이면 고가의 농기계가 내 손안에

귀농 4년차인 이성훈(39'감천면) 씨는 5일 김천시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농기계임대은행 본점을 방문했다. 농사 욕심에 지난해부터 임대한 4천600㎡의 사과농장에 부쩍 자라난 풀을 베기 위해서다.

이 씨가 전날 인터넷을 통해 임대를 요청한 농기계는 승용제초기. 인력으로 이 씨의 사과농장의 풀을 모두 베자면 10여 일이 걸려야 가능하다. 하지만 이날 이 씨는 단돈 9천원을 주고 빌린 승용예초기를 이용해 단 하루 만에 사과농장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모두 벨 수 있었다.

이 씨가 김천시 농기계임대은행을 이용한 것은 올해만 15차례. 한 해 농사를 준비하는 봄에는 가지치기로 잘라낸 잔가지를 부수는 파쇄기를 주로 빌렸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승용운반차를 비롯해 트랙터, 로터베이터, 굴착기 등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농기계를 농기계임대은행을 이용해 해결하고 있다.

이 씨처럼 고가의 농기계를 직접 구입하지 않고 빌려 사용하는 농민들로 인해 농기계임대은행의 아침은 분주하다. 오전 8시부터 8시 30분까지는 전날 임대해간 농기계를 반납하러 오는 농민들로 붐빈다. 8시 30분이 지나면 인터넷으로 농기계 임대 신청을 했거나 현장에서 농기계를 임대하려고 기다리던 농민들이 농기계를 빌려 각자의 농장으로 향한다.

이후에는 반납된 농기계에 대한 정비가 이뤄진다. 김천시 관계자는 이처럼 고가의 농기계를 나눠 사용함으로써 얻는 효과로 연간 농기계 구입비용 40억원이 경감된다고 자랑했다.

귀농인과 소농가의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농기계임대은행은 박보생 김천시장의 작품이다. 어지간한 대농이 아니고서는 고가의 농기계를 장만해 둬도 실사용시간이 연간 1주일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고가의 농기계를 구입하느라 진 부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의 현실을 감안해 민선4기 공약사항으로 추진한 것이 농기계임대은행이다.

◆본점과 4개 권역 나눠 지점 개설

김천시는 농업기술센터에 위치한 농기계임대은행 본점 외에도 농업지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농기계임대은행을 개설했다.

2008년 6월 시내와 거리가 멀고 나이 든 농업인이 많이 거주하며 영농규모가 적은 구성'지례'부항'대덕'증산면을 대상으로 지례면 상부리에 남부지점을 개점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9월 감문면 보광리에 북부지점을 열었다. 이어 2010년 11월 봉산면 신리에 서부지점, 2011년 11월엔 남면 용전리에 동부지점을 열어 김천시 전역을 대상으로 농기계임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천시가 운영 중인 농기계임대은행은 본점과 4개 지점을 합해 대지 1만2천892㎡, 건물면적 4천537㎡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는 모두 40종 420대에 달한다.(표 참조)

김천에 거주하는 농가나 실경작자는 농업기술센터 홈페이지나 농기계임대은행을 방문해 임대를 신청하면 언제나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임대료는 농기계 구입가격의 0.2%다. 고가의 농기계도 하루에 2만~3만원이면 충분히 빌려 쓸 수 있다. 관리를 농기계임대은행에서 하니까 농민은 사용상의 주의사항만 준수하면 된다. 실제 농기계를 소유하고 관리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적은 돈으로 원하는 시간에 고가의 농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더불어 처음 농기계를 사용하는 농민들을 위한 농기계 사용법 교육도 병행하고 있어 농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농기계임대은행의 성공은 타 지자체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다. 올해만도 안동 등 전국 각지에서 김천시의 농기계임대은행 모델을 견학하러 김천을 방문했다. 전국 최초이자 최다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천시는 운영조례를 개정해 부품가격 1만원 이하는 무상으로 공급하는 등 농기계임대은행의 확대보다 내실을 기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천시는 농가에서 보유하고 있는 농기계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농기계 순회수리와 교육에도 적극적이다. 3월부터 11월까지 정비팀 2개조를 편성해 매주 4회 농업 현장을 방문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농기계 수리시설이 부족한 오지마을 중심으로 농기계수리와 더불어 순회교육을 실시, 고장 발생과 안전사고로 인한 인명 및 재산 손실을 줄여가고 있다.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정용현 소장은 "농업인들이 편리하게 농기계임대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여론 청취와 반영을 통해 질 높은 농기계임대은행 운영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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