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술원도 인정한 '노력'…'약초사진 동의보감' 펴낸 신전휘씨

한중일 현지 답사 29번, 25년 걸려…한의사 딸 미국서 영문판 출간 준비

동의보감에 실린 450종의 식물에서 유래된 700여 종의 약재를 한자와 한글명, 학명으로 분류하고 표기한 후 약리작용과 특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게다가 각각의 약재와 식물의 개화모습과 뿌리, 줄기를 시각화하기 위해 3천여 장의 사진을 첨부했다. 중국과 일본산 약초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현지답사도 29번이나 다녀왔다. 25년이 걸렸다.

허준이 쓴 동의보감 25권 중 탕액편인 23~25편에 나오는 약재들 중 광물과 동물을 뺀 약초들을 현대적 언어와 쓰임새로 쓴 책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은 이렇게 탄생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노력에 견줄 만한 이 책은 '2014 대한민국 학술원 선정 우수학술도서'에 당당히 뽑혔다. 선정된 300권 중 299권의 저자가 대학교수들인 반면 이 책은 약초와 더불어 '일업일생'(一業一生)을 지켜온 약업사 신전휘(73'백초당 한약방) 씨의 땀의 결실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로 허준 선생이 펴낸 동의보감이 출간 401년째입니다. 이 책은 400주년이던 지난해 9월 출간됐고 올해 고맙게도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됐습니다."

책은 원저의 내용을 충실히 해석했고 약용식물의 생태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진의 배경을 없애고 특징을 부각시키는 등 누구나 쉽게 약재를 분간할 수 있도록 편집했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향이 청송인 신 씨는 17살 때부터 한약재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야간고교를 졸업했고 약초와 더불어 외길인생을 걸어오면서 틈틈이 원전 '동의보감'을 구해 약초 지식을 익혔다.

"어려서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죠. 그러나 제가 한자는 조금 알지만 학명과 기타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한약학을 전공한 아들(신용욱'경남과학기술대 교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신 씨의 이번 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선정이 두 번째라는 것. 그는 2007년에 '향약집성방의 향약본초'란 책으로 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적이 있다. 이때 그는 대구한의대에서 명예한의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한 번은 중국의 가이드가 한약재 곽향(藿香) 재배지를 안다고 연락이 와 가봤더니 시간에 늦어 이미 꽃잎이 지고 난 뒤라 허탕만 치고 돌아온 적도 있습니다. 중국산 당귀가 꽃을 피우는 시기를 맞춰 현장답사를 하는 데 10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 속엔 한'중'일 3국의 당귀를 일일이 사진으로 비교해 나름의 특징들을 잘 변별할 수 있게 해 놓았다.

"40여 년 한약방을 운영한 한약쟁이가 두 차례나 학술원 우수도서에 뽑힌 것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며 자랑스럽습니다." 신 씨는 학술도서 출판을 꺼리는 풍토 탓에 책의 출판이 어렵게 되자 직접 출판사를 설립해 '약초사진으로 보는 동의보감'을 펴냈다. 그는 짬짬이 중국판과 한국판 원전 동의보감을 함께 구입해 오'탈자를 비교해 가며 읽고 있다. 또 미국에서 한의사로 있는 신 씨의 딸은 이 책의 영문판 출간을 위해 번역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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