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후반전 태극전사 연속 골…골… 짐싸다 다시 '대∼한민국'

"두 골 더" 함성…국채보상공원아파트 단지 알제리전 승리 기원 인파

23일 오전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월드컵 시민응원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만회골이 터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태욱 기자
23일 오전 대구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열린 월드컵 시민응원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대한민국 대표팀의 만회골이 터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태욱 기자

브라질 월드컵 한국-알제리전이 펼쳐진 23일 새벽 대구 곳곳에서는 승리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오전 3시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은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돗자리 위에서 담요나 태극기를 두른 시민 1천500여 명(대구시 추산)이 한국팀 응원을 위해 모였다.

경기 시작 전부터 나온 밤샘 인파가 많았다. 대학생 남동현(20) 씨는 "밤을 새우며 집에서 경기를 보려다가 친구들이 이곳에 와 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왔다"고 했다.

같은 시각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아파트단지도 곳곳에 불이 켜져 있었다. 단지 상가의 한 치킨가게에는 대학생 6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백지영(26) 씨는 "방학 기간이라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모여 함께 축구를 보기로 했다. 새벽에 이렇게 모여서 경기를 보니 더 재미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진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피트니스클럽에서도 주민 10여 명이 새벽 운동을 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직장에 가기 전 운동을 하는 주민들이 러닝머신에 달린 모니터를 응시하며 걷거나 기구를 이용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곁눈질로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이 0대3으로 끝나자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채보상공원에서 응원하던 시민 수십여 명은 짐을 싸들고 떠나기도 했다. 북을 치며 흥을 돋우던 직장인 이창하(48) 씨는 "많이 돌아가는 분위기인데다 희망이 없어 보여 나도 집에 가려고 했다"며 "하지만 월차까지 내고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 없어 희망을 갖고 후반전에도 열심히 응원했다"고 전했다.

후반전 한국팀이 2골을 넣자 여기저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이 모여 있는 치킨가게에도 알제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박수가 이어졌다. 치킨집 주인은 "오늘은 비가 와서 가게 내부에만 응원 공간을 마련했지만. 금요일 벨기에전에서는 가게 밖에도 테이블을 마련할 것"이라며 "새벽인데도 배달 주문이 잇따르는 것을 보면 월드컵은 월드컵"이라고 했다.

후반전 2대4로 지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두 골만 더'를 외치며 끝까지 남은 경기를 지켜봤다. 박한기(52) 씨는 "비록 오늘 경기는 아쉬움이 남지만 선수들이 먼 곳까지 가서 최선을 다해 싸웠다. 남은 벨기에 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믿는다"고 했다.

경기가 2대4로 끝나자 시민들은 "남은 경기는 꼭 이겨야 골 득실에서라도 희망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채보상공원에서 응원했던 김경민(20) 씨는 "22일 오후 10시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렸는데 이렇게 끝나니 굉장히 허무하다"며 "수비력이 너무 부족해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다음 경기는 지금보다 좀 더 잘해서 꼭 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준헌 기자 newsforyou@msnet.co.kr

허현정 기자 hhj224@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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