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비 무너지고, 공격은 덜 뛰고 '무기력 100분'…홍명보호 알제리에 '참패'

중앙 수비 역할 못해 자멸…슈팅 한번 없이 전반 마쳐

'행복한 항구'(포르투 알레그리의 포르투갈어 뜻)는 상심의 항구였다. 대표팀의 브라질 월드컵 공식 슬로건은 '즐겨라, 대한민국'(Enjoy it, Reds)이지만 이날만큼은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가 없었다. 결과가 너무 참혹했다.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전은 16강 길목에서 마주친 뼈아픈 패배였다. 단순히 한 경기가 아니라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축구 팬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던 튀니지'가나와의 평가전이 저절로 떠오른 한판이었다.

중앙 수비진은 알제리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킥오프와 함께 적극적인 공세를 펼친 알제리는 전반 26분 슬리마니의 선제골로 가볍게 기선을 제압했다. 중앙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메자니의 패스를 이어받은 슬리마니는 김영권, 홍정호와의 경합을 이겨내고 왼발로 가볍게 차 넣었다.

사기가 오른 알제리의 공격은 더욱 매서워졌지만 한국 수비진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2분 뒤 자부가 차올린 코너킥을 할리시가 정확한 헤딩 슈팅으로 추가 골을 터트렸고, 전반 38분에는 자부가 헐거워진 한국의 수비를 농락하며 슬리마니의 패스를 왼발 슛으로 연결해 쐐기골을 뽑아냈다. 측면 수비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왼쪽의 윤석영은 비교적 제 몫을 해냈지만 오른쪽을 맡은 이용은 1대1에서 계속 무너졌고, 공격 시에는 느린 볼 처리로 템포를 완전히 끊었다.

선수들은 대체로 몸이 무거워 보였다. 컨디션 관리에 실패하며 자멸한 모습이었다. 손흥민'기성용'구자철 등 1차전에서 옐로카드를 받았던 선수들은 경고를 두려워한 듯 느슨한 압박으로 중원에서부터 뚫렸다.

한국은 선수 평균 9.53㎞를 뛰었지만 알제리는 10.28㎞를 뛰었다. 한국에서는 구자철(11.89㎞)이 유일하게 11㎞ 이상을 기록했지만 알제리는 벤탈렙(11.66㎞), 슬리마니(11.54㎞), 메자니(11.35㎞), 페굴리(11.32㎞) 등이 11㎞ 이상을 달려 대조를 이뤘다.

벨기에전 선발 멤버 중 5명을 바꿔 출전한 알제리와 달리 한국은 선발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박주영이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서고, 손흥민과 이청용이 좌우 날개를 맡았다. 주장 구자철은 섀도 스트라이커로 출격했다. 또 중앙 미드필더에는 기성용, 한국영이 나섰고 포백에는 왼쪽부터 윤석영, 이용, 김영권, 홍정호가 늘어선 가운데 골키퍼는 정성룡이 맡았다.

전반전에 단 한 번의 슈팅조차 갖지 못한 한국은 후반 들어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듯했다. 후반 5분 손흥민이 기성용의 롱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려 첫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의 득점은 한국 축구가 월드컵에서 거둔 통산 30호 골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특히 후반 17분 브라히미의 네 번째 골을 한국영이 파울로 끊지 못하고 돌파를 허용한 게 뼈아팠다. 구자철이 후반 27분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홍명보호'는 속수무책으로 침몰하고 말았다.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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