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모 따라온 다문화 청소년 '힐링' 교육

대구 서구다문화센터 '컬러풀 브릿지' 프로그램

지난해 6월 어머니의 재혼으로 한국에 온 중국 출신 A(16) 양. 아무런 준비 없이 낯선 곳에 온 탓에 지난 1년 가까이 A양은 외톨이처럼 지냈다. 서툰 한국어 때문에 친구도 사귀지 못했다. 한창 꿈을 키울 나이지만 집 밖을 나서는 게 두려웠던 A양은 학교마저 다니지 않았다. 어머니의 권유로 지난 4월 대구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컬러풀 브릿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곳엔 자신처럼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또래 친구들이 있었고, 한국어도 차근차근 가르쳐줬다. 친구를 사귀고 한국에 대해 알아가자 자신감이 생겼다.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A양처럼 부모의 재혼 등으로 갑작스럽게 한국 땅을 밟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컬러풀 브릿지 프로그램이 다문화가정에 희망을 전하고 있다. 이곳에선 한국어는 물론 한국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가르쳐줄 뿐만 아니라 심리치료까지 해줘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파악하고 있는 대구 거주 중도입국 청소년은 2012년 기준으로 110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A양처럼 한국에 오면서 바뀐 환경으로 인한 정체성 혼란과 한국어 구사의 어려움, 문화 차이 등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한국에 대해 잘 모르니 뭘 하나 하는 것이 두렵고, 자신감도 부족하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서 사는 데 도움을 주려 대구에서는 서구와 달서구 등 두 곳에서 중도입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처음 프로그램을 개설한 서구는 4월부터 11월까지 8개월 동안 16~19세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업한다. 단순한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도 신경을 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경숙 서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사회복지사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조금 지났는데 10명의 아이들 표정이 많이 달라졌다. 수업에 대한 열의도 뜨거워 입을 다물고 있던 아이들이 이제는 대학에 진학해 뭘 하겠다는 꿈도 스스럼없이 말한다"고 했다.

컬러풀 브릿지는 전문 상담사와 함께하는 미술치료와 역할극 놀이, 이들의 입국 과정, 한국에 온 뒤 입은 마음의 상처를 밖으로 꺼낼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교실 밖을 벗어난 체험활동으로 또래 한국 청소년들의 관심사를 함께 공유할 기회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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