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동 24시 현장기록 119] 음주운전은 하지 맙시다!!

지난해 가을쯤에 있었던 일이다.

"○○구조대 및 ○○구급대 구조'구급출동! 위치는 ○○구 ○○동 ○○네거리상 차량 전복 사고. ○○구조'구급대 신속히 구조'구급 출동하세요."

차량 전복 사고 출동 지령을 듣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 몸이 자동으로 먼저 구급차량 쪽으로 튀어 나간다. 구급차량을 운전하는 선배와 난 현장으로 출동하면서 개인안전장구 및 구급장비를 챙기고 현장에서 환자 구출 방법과 응급처치 방법에 대하여 사전조율을 했다. 응급환자일 때 미리 업무분담을 하면 현장에서 서로 당황하지 않고 신속'정확하게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구출시간 및 응급처치 시간도 많이 단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현장이 소방서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구조대 팀과 우리 구급대는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는데 출동지령 그대로 외제 SUV차량 한 대가 옆으로 뒤집혀 있었다. 난 구조대 팀장님과 함께 손전등을 비춰 차량 안에 환자가 있는지 확인했다. 운전자로 보이는 50대 남성이 차량 운전석이 아닌 뒷자리 조수석에 목이 꺾인 모양으로 누워 있었다. 큰소리로 불러도 대답이 없고 순간적으로 환자의 가슴을 보니 다행히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환자가 숨은 쉬는 것으로 확인하고 구조대 팀장님에게 환자 상태가 급하니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구조해줄 것을 부탁드리고 환자에게 필요한 구급장비를 전부 다 챙겨서 전복된 차량 옆에 준비시켰다. 차량문이 잠겨 있어 앞유리를 파괴해서 구출해야 하는데 유리 파편이 환자에게 튀어 상처를 입힐까 봐 구조대원 한 명이 차량 옆 유리창을 파괴하여 차량 안으로 진입한 후 자신의 방화복으로 차량 안에서 앞유리창을 넓게 펴서 막았다. 그 후 밖에 있던 구조대원들이 앞유리창을 파괴하여 환자가 구조될 수 있게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앞유리창을 없앤 구조대원이 나에게 들어와서 환자상태를 봐달라고 요청했다. 난 경추보호대와 생체징후 측정장비를 들고 차량 안으로 진입했다. 환자에게 큰소리로 "환자분,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었다. 먼저 꺾여 있는 환자 경추에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경추 보호대를 착용시키고 환자 생체징후를 확인하는데 환자 숨소리에서 풍기는 독한 술냄새가 먼저 코끝을 자극했다. 환자의 혈압을 측정해 보니 정상수치를 보이고 맥박은 술을 마셔 그런지 약간 빨리 뛰고 있었으나 괜찮아 보였다. 혈중 산소포화도 역시 정상수치를 보여 그나마 안심이었지만 환자가 의식이 없고 목이 꺾여 있었던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환자를 차량 밖으로 이동시키려 긴 척추 고정판을 차량 안으로 넣고 환자를 척추고정판에 눕힌 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전신을 고정시켰다. 조심조심 차량 밖으로 환자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후 난 다시금 환자 의식상태를 파악했으나 의식이 없었다. 두 번째 환자평가에서도 생체징후는 양호해 보였다. 구급차로 환자를 이동시키고 인근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연락을 취했다. 환자 상태를 전달하고 병원으로 이송 중에 환자 보호자에게도 연락을 하여 병원 응급실로 와 달라고 부탁했다. 환자를 이송하는 내내 혹시나 환자가 경추 쪽으로 손상받은 게 아닌가 걱정이 몰려왔다. 감각기능 및 말초 혈액순환, 체온, 운동 기능은 정상으로 보였으나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았다.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후 병원 의료진에게 환자 상태와 현장에서의 상황을 인계하던 중 보호자가 병원에 도착하여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정황을 물었다. 난 보호자께 환자가 음주운전 중 차량 앞바퀴가 우측 보도블록을 부딪쳐 전복된 것 같다고 설명하고 환자가 현재 생체징후는 양호해 보이나 깨워도 의식이 없다고 설명했다. 근심어린 표정을 지은 보호자가 환자에게 다가가 흔들어 깨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때 갑자기 환자가 눈을 뜨더니 집에 가겠다고 벌떡 일어나는 게 아닌가! 술을 많이 마셨는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내가 구급차량과 현장에서 그렇게 불러도 대답 한 번 없던 환자가 보호자가 왔다고 벌떡 일어나 아픈 데 없으니 집에 가겠다고 하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론 안심이 됐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는데 차량을 어떻게 운전하고 거기까지 왔을까? 환자는 아마도 술을 마시고 운전 중 차량이 전복되고 구조대와 구급대가 와서 창피하고 부끄러웠는지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의식을 잃은 척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나 보행자나 다른 차량과 사고를 냈다면 참으로 아찔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은 정말 도로 위를 달리는 시한폭탄과 같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도 있고 본인도 다치거나 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다. 음주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자기 자신과 남을 위해 좀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양준호 대구중부소방서 119구급대 소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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