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名 건축기행] <26>파계사 입구 '커피명가 휴'

팔공산 기운에 순응…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뷰

파계사 입구 파계삼거리에 자리한 '커피명가 휴'는 건축된 지 이미 10여 년의 연륜이 쌓였다. 지금의 이곳은 카페타운이 형성되어 팔공산 등산객과 순환도로에 드라이브를 나온 대구시민들의 쉼터로 변모하여, 커피 한 잔의 낭만과 더불어 이야기마당이 펼쳐지는 추억의 거리로 발전되었다. 그 가운데 '휴'는 카페타운이 형성되는 출발점이었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 그 새로움을 몸으로 사유한다."

10여 년 전 이곳의 입지는 황량하기도 했지만 대구의 북동쪽을 감싸고 있는 팔공산의 사계와 변화무쌍한 하늘, 어떤 계절이든 마음을 사로잡는 뷰를 연출하는 자연경관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날씨의 변화, 계절의 변화, 자연의 흐름 그리고 진한 커피 향과 함께 다양한 각도로 새로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라운지 홀을 의도하였다.

"기능과 뷰를 고려한 적정 크기의 창과 외부 재료로 사용한 깊은 청회색의 산화 아연판(콰르츠징크)"

자연스레 산사 날씨를 사유할 수 있는 창호 디자인에 주력하였고, 다른 모든 요소는 드러나지 않는 단순한 형태와 심미적 내외장 재료의 선정이란 콘셉트로 내부 평면으로부터 출발하는 건축디자인으로 이어진다. 외부재료로 평소 그 심미적인 느낌에 매료되었던 깊은 청회색의 산화 아연판(콰르츠징크)이란 반영구적인 재료가 선정되었다. 튀지 않는 은근한 매력이 느껴지면서 대지의 조건에 순응하는 유기적 형태의 건축적 외형으로 완성된다. 이 대지는 경사가 심한 도로를 접하고 있고, 그 경사진 대지를 이용해 내부계단이 없는 가장 단순한 형태의 두 개의 1층 매장을 갖는 효율적인 2층 건물(아래층은 CU편의점)로 탄생하게 된다.

"대청마루에 걸린 발과 같은 유선형 스틸 커튼은 공간에 끌려 들어온 뷰에 심도를 더한다."

공간은 크게 엔터런스 홀과 메인 홀로 구성된다. 바와 주방 그리고 화장실 등 모든 기능은 엔터런스 홀에 집중하고 홀은 고객만을 위한 대화의 장이다. 모든 고객은 엔터런스 홀에 배치한 커피 바를 거쳐 메인홀로 진입할 수 있는데, 은은한 커피 향이 먼저 고객을 맞는다. 이 순간의 기억은 늘 나를 설레게 한다. 메인홀에 들어서면 동 측은 높이 3m, 연장길이 30m에 이르는 크고 시원한 창이, 서 측은 눈높이 아래로 잘린 낮고 긴 창이 자리한다. 자연과 소통하고, 열려 있음을 보여주는 각 창은 그 자체로 인테리어 입면이 되고, 공간에 심도를 더하는 심미적 장치로의 유선형 스틸 커튼 파티션은 공간을 넘어 끌려들어 온 뷰에 깊이 감을 더하고, 비 오는 날이면 입안 가득한 커피 향과 함께 진한 페이소스에 잠기게 한다.

높은 천장고를 갖는 '휴'는 건축적으로 의도된 8개의 기둥이 자리한다. 기둥이 주는 질서와 심리적 안정감을 가진다. 그리고 각각 다른 패턴의 템파보드로 감겨져 있다. 기둥은 템파보드 자체가 갖고 있는 요철에 의한 강한 콘크리트로 인해 무채색 덩어리의 모노톤 공간에 변화와 리듬감을 더한다.

"빛과 소리에 대한 생각은 외부의 정서를 내부로 끌어들이고, 디자인된 빛은 공간의 내부에 맺히게 된다."

빛을 흡수하는 무광의 벽면 마감재는 낮시간 창호로 유입되는 외부의 정서를 내부로 끌어들이고, 외부의 자연경관이 닫히는 밤이 되면 자연 소재로 수 제작된 인도네시아산 스탠드의 빛이 얽힌 가지들 틈 사이로 새어나와 사방의 벽체 위에. 코일커튼 위에 오묘한 그림자 무늬를 수놓는다. 그 빛과 그림자들은 낮과 달리 몽환적 공간으로 변모하게 한다. 어둠이 내리면 내부의 모든 소재에 맺히는 빛의 흔적들은 눈으로 직접 느껴지고,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자는 묘한 정서를 일깨운다. 천장의 넓은 메스와 흡음용텍스인 천장재는 기분 좋은 음악과 적당한 소음이 자연스레 어우러지게 하는 중요한 장치이다. 나는 뷰티플노이즈라 자주 말하는 데 적당한 크기의 소음은 모든 긴장을 풀어준다. 소리가 관리된 공간에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다. 배려와 정서가 깃든 장소에서의 한 잔의 커피는 대화와 소통의 장을 열어주고 감자는 동심을 깨운다.

글 사진 이병재 어번디자인스튜디오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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