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녀를 얻어 보려
메밀밭 지나서
수수밭 지날 때
저 하늘에 맹세코
널 사랑한단 말
수없이 했을 터,
나는 보았네
그녀와 함께 보았네
푸르러 푸르러
짙푸른 공중에서 바스라질 듯 타오르는
붉은잠자리표 가을 한 쌍을,
참을 수 없이 가벼운
상하上下의 기교를,
-시집 『물방울은 즐겁다』 천년의시작, 2010.
서정춘은 언어를 아끼는 시인이다. 결코 적지 않은 시력이지만 겨우 네 권의 시집을 냈을 뿐이다. 그것도 그의 시는 가지 잎 모두 쳐내고 앙상한 뼈대만 남은 몇 개의 언어로 남아있다. 그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봄 파르티잔』이라는 시도 짧다. '꽃 그려 새 울려놓고/ 지리산 골짜기로 떠났다는/ 소식' 이 전문이다. 짧은 시행 속에 많은 의미를 담는 것이 시라면 그는 시의 본질에 가장 충실한 시인일 것이다.
이 시에는 두 개의 연애가 대위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람의 연애와 고추잠자리의 연애가 그것이다. 나는 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함으로써 사랑을 고백한다. 언어를 통한 사랑이다. 언어는 사람만이 가진 것이며 이성의 표현이다. 반면에 고추잠자리의 사랑에는 언어가 없다. 푸른 하늘에 쌍을 이루어 바스라질 듯 타오를 뿐이다. 논리도 없고 이성도 없다. 순수 그 자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위법은 음악 용어다. 서로 다른 두 개의 음이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 연주되는 기법이다. 시인은 인간의 사랑과 고추잠자리의 사랑을 대위법으로 노래하고 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떠한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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