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느리게 읽기] 진리 모색, 인류 나아갈 길 제시한 위대한 스승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판미동 펴냄

혼란한 시기에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한 3인의 스승이 있다. 소크라테스, 예수, 붓다.

이들은 저마다 시대에서 사회'정치'종교 영역의 기성 질서를 위협한 개혁가였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년쯤 산파와 조각가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 델피 신탁을 받아 아테네의 여러 청년과 함께 진리의 길을 모색하다 사회를 어지럽혔다는 이유로 사형당했다. 싯다르타(붓다)는 기원전 560년쯤 인도의 한 왕족으로 태어났다. 돌연 출가해 35세에 득도한 뒤 평생 인도 전역을 돌며 불법을 설파하다 식중독으로 죽었다. 예수는 기원전 4년쯤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30세에 세례를 받고 광야에서 고행하며 12사도와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전파하다 기원후 30년쯤 십자가형을 당했다.

책은 3인이 남긴 가르침을 전하면서 그들의 생애를 서로 엮어 살펴본다. 신화적 관점이 아니라 가장 실제적인 그들의 삶을 역사가의 입장에서 서술한다. 3인의 인생은 비슷한 점이 많다. 안락하고 안정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주장하는 도덕적 원칙과 진리에 입각한 삶을 살았다.

진리를 찾다 보면 자연스레 진정한 자유에 이르게 된다. 개인의 자유를 얻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내면의 자유를 얻는다. 무지(소크라테스), 원죄(예수), 갈애(붓다)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인이 된다. 진리에 합당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옳고 그름의 문제, 어떻게 살 것이냐의 문제,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사는 문제 등에 대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의(소크라테스), 사랑(예수), 자비(붓다)의 개념이 그러한 가르침의 실천에서 나온 덕목이다.

저자는 3인을 '영적 휴머니즘'의 창시자로 꼽는다. 상업적이며 물질적인 가치관, 종교적 광신 및 교조주의가 세계를 혼란으로 끌고 있다. 여기서 우리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며 개인적이든 사회적이든 책임 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고 보면 2천여 년 세월을 넘어 전해지는 3인의 가르침은 대단히 보편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프랑스 사람인 저자 프레데릭 르누아르는 세계적인 종교사학자이자 철학자다. 그는 사춘기 때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소크라테스를, 17세 때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로 붓다를, 19세 때 '요한복음'으로 예수를 처음 접했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 유명 종교 간행물 '종교의 세계' 편집장으로 있다. '불교와 서양의 만남' '신이 된 예수' '그리스도 철학자' 등의 책을 펴냈다. 392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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