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어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2차 정밀 부검 결과를 내놓았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자연사인지를 규명할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은 예상된 결과다. 목 등 질식사 가능성, 지병 등에 의한 사망 가능성, 독극물에 의한 사망 여부를 가리려 했지만 시신이 부패하고 내부장기가 소실돼 이상 소견을 확인하지 못했다. 국과수가 사인을 가려내지 못함에 따라 사건의 실체에 대한 접근이 더욱 어려워졌다.
첨단 장비와 인력을 갖춘 국과수가 명확하게 사인을 가리지 못한 것은 고도 부패 때문이다. 이는 오롯이 검'경의 부실 수사 탓이다. 산 사람 잡는 데는 헛다리만 짚었고 죽은 사람 확인하는 데도 40여 일이나 걸렸으니 시신이 온전했을 리 없다. 발견 당시 시신은 이미 백골 상태나 다름없었다. 이마저 행려병자 취급해 신원확인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 역시 훼손됐다. 검'경의 허술한 수사가 미친 악영향은 세월호 침몰 당시 초기 대응 실패로 피해를 키운 해경의 과실 못지않다.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왔다. 검찰은 오직 수사를 통해 자살인지 타살인지 밝혀내야 한다. 할 일이 더 많아졌지만 결자해지가 필요하다. 숨진 유 씨를 돕다 종적을 감춘 기사 양회정 씨와 속칭 김 엄마도 검거해야 사건의 실체에 다가설 수 있다. 어젯밤 경찰이 체포한 유 씨의 장남 대균 씨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유 씨에 대한 형사처벌은 불가능하다지만 본인과 가족, 제3자에게 숨겨둔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가능한 한 많은 재산을 환수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해야 할 일이다. 제3국에서 도피 중인 차남 혁기 씨와 둘째 딸 상나 씨도 국제 수사 공조를 통해 신병확보에 나서야 하고 프랑스 경찰에 체포돼 있는 장녀 섬나 씨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검찰이 땅에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는 길은 오로지 이런 후속 수사를 제대로 하는 길뿐이다. 이를 통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사건의 실체를 세상에 알릴 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300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에서 직간접적 원인을 제공한 이들이 어떻게 처벌받는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후속 조치들은 제대로 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헛발질만 한 검찰이 이제라도 새로운 사건을 수사한다는 각오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 검찰이 바로 서야 국가가 바로 선다는 것은 빈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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