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의 여름이 무성하게 익어간다. 돗자리 음악회니, 동아리 음악회니 해서 8월의 신천은 낮보다 밤이 훨씬 더 달아오른다. 하늘의 달, 물속에도 달,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앉아 신천을 즐기는 사람들의 가슴에도 분명 달 하나쯤 환하게 지니고 있으리라. 푸른 초원을 바라보며 운동을 하고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희망차게 뛰고 있다.
신천에 머무를 동안은 마음의 증오가 있다면 스멀스멀 다 허물어져 내린다. 물길이 맑은 저 샛강에서 하루를 유유자적하며 건너가는 물오리 떼처럼, 마음이 맑은 사람들이 모여 또 하나의 꿈의 신천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내 정서를 무제한으로 뒷받침해주는 큰 백이 있다면 바로 우리 집에서 수성못은 10분, 신천은 5분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금방이라도 웃음을 뱉어낼 것 같은 지천으로 핀 오색 영롱한 꽃이며, 수달, 고고한 학이며 온갖 새들, 밤하늘의 잔별들까지도 마음껏 거느리며 살고 있다.
이처럼, 시민들이 맑고 푸른 신천에서 더위를 식히며 낭만을 즐기게 된 데에는 신천을 가꾸고 보존하려는 시민의식은 물론이거니와 나아가서는 환경단체와 자연보호 관계자들의 끊임없는 각고의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연보호의 시발점은 1977년 10월 5일, 고 박정희 대통령께서 구미 금오산 대혜폭포에 도착하자마자 깨어진 병 조각과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것을 보고 "자, 우리 청소작업부터 합시다"라고 하면서 바위틈에 박힌 유리조각을 일일이 주웠다고 한다. 이것이 '자연보호 운동'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이른 아침에 대구시 환경단체와 자연보호시협의회에서는 희망교 아래에서 미꾸라지 방류 및 수변 정화활동을 펼쳤다. 다슬기 150㎏, 미꾸라지 150㎏을 방류하였는데 신기한 점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모기 유충 1천200마리를 잡아먹는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모기가 발붙이지 못하는 신천을 꿈꿀 만도 하다.
신천을 큰 백으로 가지고 있는 필자 역시 환경보전에 더 애정어린 관심을 쏟아 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성못의 생태복원으로, 맑고 쾌적한 호수를 찾는 시민들이 7, 8월에는 엄청나게 늘어난 걸 볼 수가 있다. 수성못이나 신천의 여름밤은 아티스트들의 재능과 열정으로 시민과 한마당이 되어 깊어만 간다.
맑은 물길을 그리워하며 신천을 걷는다/ 맑은 물길의 가슴이 되리라고 푸른 신천을 걷는다/ 신천의 바닥에도 별이 총총 떠 있다/ 며칠 동안 함께 걷던 달은 보이질 않고/ 별들만 속속 나와 유산소 운동을 하고 있다/ 건강에 필수란 걸 물오리 저들도 알고 있었을까/ 빈둥거림을 박차고 일어나 유산소 운동이 한창이다/ 물이 뒤뚱거리며 새빠지게 물오리를 따라간다.(졸시 '신천에서')
박숙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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