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전한 도로 행복한 교통문화] 위험한 딴짓

1초 한눈 팔면 20m 앞차 "쾅"…블루투스 통화도 돌발상황 땐 '무방비'

운전 중에는 DMB를 켜놓기만 해도 단속되며 내비게이션도 운전 중에 터치하거나 조작하면 단속된다. 적발되면 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매일신문DB
운전 중에는 DMB를 켜놓기만 해도 단속되며 내비게이션도 운전 중에 터치하거나 조작하면 단속된다. 적발되면 승용차 6만원, 승합차 7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매일신문DB

#4월 17일 오전 6시쯤 대구 북구 조야동에서 서변대교로 진입하던 시내버스가 고가도로 급커브 구간 우측 난간을 뚫고 인근 수풀지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50대 운전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버스가 차고지에서 갓 나온 상황이라 승객은 타고 있지 않아 다행히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불이 붙지 않은 담배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운전기사가 담뱃불을 붙이려다 변을 당하지 않았나 하고 추정하고 있다.

#5월 18일 오후 3시쯤 경산의 한 대형마트 앞 도로에서 승용차가 뒤집혔다. 운전석 문이 지면에 맞닿은 사고 차는 밑바닥을 중앙선 쪽으로 드러내고 횡단보도 위에 쓰러졌다. 자칫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덮쳤을지도 모를 아찔한 사고였다. 40대 초반의 여성 운전자는 현장에 달려온 경찰에게 "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입가부터 뺨까지 길게 뻗은 붉은 립스틱 자국 때문에 꼬리가 잡혔다. 경찰이 "볼에 묻은 것이 뭐냐"고 묻자, 운전자는 그제야 "화장을 고치다 차가 인도를 향해 달리기에 핸들을 급히 꺾어 사고가 났다"고 시인했다.

운전 중 잠시 딴 짓 하는 사이 생사가 뒤바뀐다. 법으로 규제하는 휴대전화 한 손 통화와 DMB 시청은 물론이고 문자메시지 확인과 동승자와 대화, 떨어진 물건 줍기 등 운전대를 잡은 채 한눈파는 사이 되돌릴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딴 짓 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핸들을 잡았을 땐 운전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험서 드러난 운전 중 통화의 위험성

지난달 29일 오후 1시쯤 기자는 동승자의 도움을 받아 운전 중 통화를 했을 때 운전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를 실험했다. 사전에 도로교통공단 연구진에게서 실험 방식과 안전 확보 방법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실험은 교통량이 적은 대구 달서구 월암동의 왕복 4차로 도로에서 약 10분 동안 차량의 블루투스 장비로 통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직진 운행 속도는 30~40㎞/h를 유지하고 점멸등 구간에선 10초간 일시 정지했다가 출발했다. 동승자는 사방을 살피며 운행 추세 및 속도를 기록했다.

첫 5분간 사적인 내용의 대화를 하는 동안 직진 속도가 30㎞/h를 밑도는 경우가 4차례, 40㎞/h 초과가 3차례였다. 차로를 넘지는 않았지만, 차체가 심하게 좌우로 흔들렸다. 차량 바퀴가 중앙선에 거의 맞물려 가는 경우도 2차례나 있었다. 5차례는 맞닥뜨린 점멸신호등 교차로에서 속도를 빨리 줄인 경우와 차량 앞부분이 정지선을 30㎝가량 넘어선 경우가 각각 1차례였다.

업무 내용의 통화를 할 때는 좀 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점멸신호등 교차로에서 1차례 좌회전하는 동안 감속을 거의 하지 않은 채 25㎞/h로 달려 동승자가 쏠림을 느꼈다. 직진 속도 미달이 5차례, 속도 초과가 6차례 있었다. 최고 속도는 약 20㎞/h 더 빠른 49㎞/h를 기록했다. 점멸등 구간 7곳을 지나는 동안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통과한 예도 2차례나 있었다.

도로교통공단이 2013년 한 해 동안 발생한 사고를 조사한 결과, 대구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5만 7천13건 가운데 딴 짓 운전을 포함해 안전운전 의무를 지키지 않아 일어난 교통사고가 1만 7천449건으로 30.6%를 차지했다. 이 같은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23명, 부상자도 2만5천825명에 이르렀다.

◆1초 한눈팔면 20m 앞 차와 "쾅"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차량이 일반도로의 제한속도인 60㎞/h로 달리면 1초당 이동거리는 약 16.7m이고, 신천대로 등 자동차전용도로의 제한속도인 80㎞/h로 운행하면 1초당 약 22.2m를 진행한다. 일반도로에서 평균 차간 거리가 25~30m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앞차가 멈춘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2초 동안만 한눈을 팔아도 추돌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승용차 한 대 길이가 약 5m로, 60㎞/h 속도에서 2초면 차량 6대의 길이를 지나간 셈이다.

시속 60㎞ 운행 중 부주의 운전 상황별 차량 이동거리는 ▷화장 고치기 3초에 50.1m ▷떨어진 물건 줍기 4초에 66.8m ▷동승자와 애정표현 5초에 83.5m ▷물병을 들어 마시고 내려놓기 6초에 100.2m ▷우는 아이 달래기 9초에 150.3m 등이다.

특히 시선을 옆으로 돌리거나 몸을 틀어 움직이면 자신도 모르게 운전대 또는 브레이크를 함께 조작할 우려가 있다. 실제 감속 중이던 차량 운전자가 조수석 아래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어 앞차를 들이받거나, 아이를 달래려 조수석에 눈을 돌렸다가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인도 가로수와 충돌한 사례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2001년부터 운전 중 휴대전화를 이용하다 적발되면 과태료와 벌점을 부과하고 있다.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조작하거나 전화번호를 일일이 눌러 거는 경우, 핸즈프리 이용 시 마이크를 손으로 잡고 사용하면 단속된다. 단 정지했을 때와 핸즈프리나 스피커 폰 사용, 구급차와 소방차 등 긴급차량 등은 예외다.

운전 중 DMB 시청도 지난 2월 14일부터 금지됐다. DMB를 포함해 차량 내에서 영상기기를 운전 중 시청하는 경우 과태료와 벌점을 부과한다. 차가 멈춰 있거나 내비게이션 화면과 외부를 보여주는 카메라를 확인할 때는 처벌에서 제외된다.

김상곤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연구원은 "스마트 기기 사용과 통화, 물건 줍기 등 일상 습관을 운전하는 중에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운전자가 많다"며 "이 같은 행동은 주의를 분산시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운전 중에는 아예 스마트 기기를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는 등 딴 짓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운전의 지름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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