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한국까지 자동차 대장정에 나선 고려인 랠리 팀이 한국에 왔다. 그냥 온 것이 아니라 7월 7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우즈베키스탄, 연해주와 북한을 거쳐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 출입 관리사무소를 넘어왔다. 한반도에 뿌리를 둔 고려인들이 분단의 상징인 군사분계선을 자동차를 몰고 통과한 것은 의미가 크다.
고려인의 역사에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러시아 연해주는 일제강점기 항일 투쟁의 중심지였다.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는 서러움을 겪었고, 이들은 고려인(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옛 소련 거주 한국인 교포)이 됐다. 이들에겐 강제 이주를 경험할 당시엔 국가를 잃은 설움이, 오늘날엔 남'북 분단의 아픔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고려인들이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맞아 '통일대장정'자동차 랠리 팀을 기획했다. 할아버지의 나라인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며 1만 5천㎞ 랠리를 계획한 것이다. 역경도 많았다. 그렇지만 먼저 러시아를 설득했고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냈다. 북한이 이번 랠리 팀의 북한 통과를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당초 북한은 외국인의 군사분계선 통과에 부정적이었다. 러시아는 예산을 뒷받침하며 북한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 정부가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역경을 뚫고 남한 땅을 밟은 이들이 '드디어 해냈다'며 '우라'(만세의 러시아어)를 외친 의미를 깊이 새겨볼 만하다. 김 에르네스트 국제오토랠리 조직위원장은 "랠리의 목적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에서 남으로 오는 것이었는데 그것이 이뤄져 너무나 감격스럽다"고 했다. 조 바실리 전 러시아 고려인연합회장은 "남북 사이에 평화와 친선의 마음이 늘어나길 바란다"는 기대를 나타냈다.
고려인들이 러시아를 앞세워 남'북 왕래의 물꼬를 텄다. 남북은 이를 잘 갈무리해야 한다. 남'북과 러시아는 남북 관통 가스관 설치, 유럽 아시아 철도 연결 등 함께 해야 할 일이 많다. 철도 및 도로를 통한 남북 간 자유 왕래를 실현하는 것도 통일 한국을 향한 과제다. 산적한 과제 앞에서 남북을 관통해 이뤄진 고려인의 첫 자동차 랠리는 그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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