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0여 년 교직외길 강형 전 한의대 교수

"명세지재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던 게 최고 행운"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 중 하나였던가. 20세 약관의 나이에 초등학교 교편을 잡은 후 중'고교를 거쳐 대학교수로 2004년 정년퇴직 때까지 40여 년을 교단에 서서 약 5천 명의 제자를 길러냈고 그중 명세지재(命世之才'한 시대를 바로잡아 구할 만한 뛰어난 인재)도 여럿 있다면 이보다 더한 보람이 있을까.

그 주인공인 강형(77) 전 대구한의대 영어과 교수가 희수(喜壽)를 맞아 성장 과정과 학창 시절 꿈과 희망, 교육자로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 여행기 및 제자들의 글을 모아 '명세지재들과 함께한 여정'(427쪽)이란 회고록을 펴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날 대부분을 명문고(경북고'경북여고)와 대학의 인기학과(영어과)에 재직하면서 많은 인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강 씨의 제자들 중엔 유승민, 추미애 국회의원을 비롯해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 김수학 변호사 등 알 만한 인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유승민은 실장으로 리더십이 있었고 추미애는 학구파였는데 정치인이 될 줄은 몰랐죠."

책에서 강 씨는 "평생 교직에서 좌우명으로 삼은 것이 나의 사(思), 언(言), 행(行)이 젊은이들의 본보기가 되도록 정진하고 노력하는 수양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가 이처럼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자강불식하며 많은 인재들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고교 때부터 시작된 3차례의 인생 분수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처음은 고교 1학년 겨울방학을 하기 2, 3일 전. 당시 군장병 위문편지를 쓰게 하기 위해 담임교사가 백지를 나눠주면서 강 씨를 제외했던 일이다. 반 수석을 하던 강 씨는 으레 자신도 백지를 받을 줄 알았으나 백지가 오지 않았던 것이다. 또래에 비해 체구가 작았던 강 씨는 이 일로 자존심도 상했지만 '만약 내가 교직에 몸담는다면 절대 외모만으로 학생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고 이후 교직에서도 장애학생이나 왜소한 학생을 배려하는 참교사상에 대한 목표를 정하고 몸소 실천하게 됐다.

두 번째는 문경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발령받아 인생의 라이벌로 만나게 된 사범학교 동기생인 김호진 전 노동부장관과의 인연. 둘은 같은 초교에 근무하면서 더 나은 장래를 위해 대학 진학을 약속했고 이후 강 씨는 경북대 사범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세 번째는 영어교사로서 시골 중학교에서 영어수업을 하던 중 강 씨의 독특한 영어교수법을 알아본 장학사가 31세의 그를 경북고 교사로 추천한 일이다. 당대의 수재들이 모인 경북고에서 그는 학생들과 폭넓은 지식을 교감하면서 시대를 앞선 영어교수법으로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많은 존경과 신임을 얻게 됐다. 이때 처음 담임으로서 만난 제자 중 한 명이 김수학 변호사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로부터 8년 후 그는 대학교수가 됐다.

"내게 있어서 교직의 목표는 학생들에게 표본이 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에서 또 그는 자신을 항상 2% 부족한 사람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늘 옆 사람보다 더 노력하는 길밖에 없었다'고 적고 있다. 그 노력의 결과로 강 씨는 사회 각계각층에 다양한 제자군단을 포진시킬 수 있었다. 이달 초 대구 그랜드 호텔에서 열린 출판기념식엔 그의 제자와 지인 600여 명이 모여 스승의 '40여 년 교직 외길'을 함께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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