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심후섭의 "옛날 옛적에…"] 간사한 소리를 들으면

얘야, 지난주 암소와 사자를 이간질 시켜 둘 다 잡아먹어 버린 승냥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구나.

옛 중국 이야기책인 '삼국지(三國志)'에 나오는 조조(曹操)도 이간질의 대가였다고 해.

용맹했던 마초(馬超)와 그의 숙부(叔父)인 한수(韓遂)는 어찌나 굳게 뭉쳐 싸우는지 두 사람이 이끄는 부대는 무패를 자랑했어.

이에 조조는 정공법(正攻法)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반간계(反間計), 즉 이간질을 붙이기로 하였단다. 이를 위해 조조는 먼저 3단계 계략을 세웠어.

우선 1단계로 두 사람 사이에 의심이 생기도록 사신을 보내어 한수에게 군사 정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이야기를 나누게 하다가 다음에 만날 것을 약속하며 헤어지게 하였어. 조조는 한수에게 이미 돌아가신 한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내어 한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 거야.

다음 2단계로 조조는 한수에게 친필 편지를 보내는데, 중요하지도 않은 부분을 일부러 흐리게 쓰거나, 먹으로 뭉개는 등 의심이 생기도록 꾸몄단다. 즉 한수와 조조 사이에 남모를 중대한 약속이 있고, 이 사실을 마초가 알까 봐 숨기고 있는 것처럼 지우고 고친 것이지.

그러면서 마초에게는 한수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을 슬쩍 흘린단다. 그래서 마초로 하여금 조조가 한수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을 궁금해 하도록 만든 거야. 이에 한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그 편지를 마초에게 보여주고….

조조가 조작한 이상한 편지를 본 마초는 한수를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되지.

마초의 의심에 화가 난 한수는 다음 날 자신이 직접 조조를 치겠다고 나서게 된단다.

마지막 3단계는 마초가 몰래 지켜보는 가운데 조조는 조홍을 출전시켜 한수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었어.

이때 조홍은 조조의 각본에 따라 한수 앞에 와서는 싸움 대신 다음과 같이 인사를 건네게 하였어.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장군께서는 전에 승상(조조)과 비밀리 의논하신 말씀을 잊으시면 안 됩니다."

한수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때, 조홍은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버리지.

이 장면을 훔쳐본 마초는 결정적으로 한수를 의심하게 된단다.

결국 결백을 밝힐 기회조차 없이 궁지에 몰리게 된 한수는 부장(部將)들의 권유로 조조에게 항복하게 되고, 마초는 도망을 치고 만단다.

한수와 마초는 조조가 자기들을 이간질하는 줄도 모르고 그저 우직한 용기 하나로 맞섰다가 크게 망하고 말았어.

그 뒤 조조도 결국은 제 꾀에 넘어가 망하고 말았고….

그래, 남을 이간질해서도 아니 되지만 이간질을 당해도 아니 될 것이야. 깊은 생각 없이 행동하다가 낭패를 당하지 말고 늘 명철하게 대비해야 할 것이야.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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