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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Track' 기록으로 본 라이온즈] <26> 10연패의 흑역사

딱 10년 전 5월은 가장 '잔인한 달'

삼성은 2004년 5월 5일 현대전부터 18일 KIA전까지 팀 역대 최다연패인 10연패를 당했다. 5월 16일 경기에서 선발투수 권혁이 LG 최동수에게 3회 만루홈런을 맞자 삼성 더그아웃에 침묵이 흐르고 있다. 매일신문 DB
삼성은 2004년 5월 5일 현대전부터 18일 KIA전까지 팀 역대 최다연패인 10연패를 당했다. 5월 16일 경기에서 선발투수 권혁이 LG 최동수에게 3회 만루홈런을 맞자 삼성 더그아웃에 침묵이 흐르고 있다. 매일신문 DB

삼성 라이온즈가 최근 충격의 5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야구팬의 반응은 오히려 '삼성이 정말 강팀'이라는 쪽이 더 우세한 듯하다. 2010년 6월 2일부터 8일까지 당한 6연패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도 10연패의 아픔을 맛본 적이 있다. 딱 10년 전인 2004년의 일이다.

◆연패의 시작

삼성은 그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우승후보로 꼽혔다. 적어도 5월 5일 시작된 10연패의 '대참사'가 일어나기 직전까지는 그랬다. 5월 4일 대구 현대전을 6대4로 이긴 삼성은 14승2무11패로 현대에 1경기 뒤진 단독 2위였다.

흐름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어린이날이었던 5일 경기. 8회까지 8대3으로 앞서 1위 등극을 눈앞에 뒀던 삼성은 9회 마무리 임창용이 현대 정성훈에게 만루홈런을 맞아 동점을 허용하고 연장 11회에 6실점, 10대14로 패했다. 충격적인 패배의 후유증 탓인지 삼성은 이튿날 경기도 현대 좌완투수 마일영에게 연장 10회 1안타 완투승을 헌납하며 1대3으로 내줬다. 홈에서 이어 열린 7'8일 경기마저 SK에게 각각 4대9, 1대7로 패한 삼성의 순위는 순식간에 공동 5위(14승2무15패)까지 내려갔다.

삼성은 일요일이었던 9일 우천으로 경기를 건너뛰면서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연패의 사슬은 꽤 강했다. 11일 대전 한화전에서 5대10으로 패한 데 이어 12일 경기가 우천 취소되면서 13일 치른 연속경기를 각각 6대7, 2대3으로 내주면서 7연패의 늪에 빠졌다. 14승2무18패가 된 삼성의 순위는 7위로 곤두박질 쳤다.

◆백약이 무효

4시간 33분의 혈투 끝에 5대5로 비긴 14일 잠실 LG전 역시 씁쓸했다. 각각 4연패와 7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양 팀 선수들의 감정이 폭발, 난투극 일보 직전까지 갔다. 삼성 김재걸에게 위협구를 던져 퇴장당한 서승화는 10경기 출장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벤치 클리어링을 겪고 나면 팀이 단단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삼성은 15일 LG전에서 투혼을 불살랐지만 4대7로 패배, 8연패를 당했다. 또 16일 경기에선 LG에 1대10으로 대패, 그 당시까지 팀 최다였던 9연패(1989년 6월 29~7월 18일)와 타이를 이뤘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최하위인 8위로 추락했다. '꼴찌' 수모는 1997년 4월 23일 이후 7년 만의 일이었다.

삼성은 18일 KIA와의 경기를 앞두고 주장 진갑용과 배영수 등 일부 선수들이 삭발을 단행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효과가 없어 끝내 홈 팬들 앞에서 역대 최다인 10연패를 당했다. 최종 점수는 2대5. 공교롭게도 당시 김응용 감독은 해태 시절인 2000년 5월과 8월, 각각 9연패 했던 것이 개인 최다 연패였으나 자신의 불명예 기록을 친정 팀과의 경기에서 '10'으로 늘렸다.

◆바닥치고 2위까지

삼성이 강팀이라는 사실은 이후 행보에서 증명된다. 5월 18일 14승3무21패로 선두 현대에 8경기 뒤진 8위였던 삼성은 이후 5월 25일 잠실 LG전까지 6연승을 거두며 급반등하고 결국 73승8무52패로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했다.

악몽 같았던 연패 탈출의 수훈갑은 양준혁이었다. 양준혁은 19일 대구에서 열린 기아전에서 2대2로 맞서던 3회말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강철민의 142km 직구를 때려 우측 펜스를 넘겼다. 기세가 오른 삼성은 오리어리'김한수'강동우의 연속 안타로 2점을 추가했고, 윤성환'권오준'임창용이 나선 불펜은 2실점으로 버텨 지긋지긋한 연패를 끊어냈다. 배영수는 5⅓이닝 동안 5피안타 4실점 했지만 승리투수의 감격을 누렸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보는 것 같았던 2004년의 삼성은 그러나 마지막까지 웃지는 못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4위 KIA를 누르고 올라온 3위 두산을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로 꺾었지만 한국시리즈에선 사상 초유의 9차전 대접전 끝에 2승3무4패로 아쉽게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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