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은 암이나 뇌졸중, 심근경색이 아니라 치매다. 급속한 고령화로 치매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경북에서만 2008년 3만3천 명이던 치매 환자가 2012년 3만9천 명으로 늘었고, 2025년이면 7만 명(전국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말 '치매 극복 3개년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치매와의 전쟁에 나섰다. 조기검진을 통해 미리 치매를 발견하고 증상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당면과제다. 앞으로 10회에 걸쳐 치매 조기검진과 예방활동, 치매 가족 돌보기, 해외 사례 등을 살펴본다.
◆치매, 미리 찾아낸 덕분에 일상생활 가능케 해
경산에 사는 박정현(가명'74) 할머니는 지난해부터 가끔 엉뚱한 말을 하고 조금 전에 했던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증상을 보였다. 경산시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치매 조기검진 프로그램'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편(80)과 함께 지난해 12월 무료 검진을 받았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등 치매 의심 결과가 나왔고, 경산에 있는 거점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2월 최종 치매 판정을 받았다. 이후 박 할머니는 치매치료약을 먹고 있다.
남편은 "치매 조기검진 프로그램 덕분에 치매를 일찍 발견하고, 더 이상 증상이 심해지지 않도록 약물치료와 함께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인지기능 재활을 돕는 미술, 공예, 웃음 치료 등을 받았다"며 "경북도립 경산노인전문요양병원에서 실시하는 인지재활 프로그램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치매 증상이 애초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디게 진행되는 것 같다"고 했다.
이현기(가명'77)는 우연한 기회에 치매 사실을 확인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 4월 경산시보건소가 마을회관'경로당을 찾아가 실시하는 '우리 마을 치매 쉼터'의 치매 사전조사 과정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증세를 보였고, 거점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것이다.
이 할아버지는 아내와 함께 매주 두 차례(월'수요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실시하는 치매 쉼터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림그리기, 이야기하기, 공예품만들기, 맨손체조 등 인지능력 재활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한다. 아내는 "가끔 정신이 깜박깜박하고 의미 없는 말을 내뱉기도 한다. 치매 증세가 덜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지만 치매 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꾸준히 약을 복용한 덕분에 그나마 진행이 더딘 것 같다"고 했다.
◆60세 이상 노인 누구나 무료로 검진
이들은 모두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치매 조기검진' 프로그램 덕분에 미리 치매를 찾아낼 수 있었다. 조기검진 프로그램은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로 만 60세 이상 노인들은 보건소나 보건진료소를 찾아오면 무료로 치매선별검진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서 인지기능이 떨어진다는 판정을 받게 되면 2단계로 지역별 거점병'의원에서 보다 꼼꼼한 치매 진단검진을 받는다.
신경심리검사를 비롯해 치매 전문의 검사를 통해 치매 유소견자로 밝혀지면 3단계 치매 감별검진을 받는다. 전문의 진료와 혈액검사, CT촬영 등을 통해 치매 확정자는 환자로 등록하고 치매치료지원비, 기저귀'물티슈'위생장갑 등 물품 지원, 사례관리 등을 하게 된다.
경산보건소는 만 60세 이상 노인 4만4천741명 중 33%인 1만4천765명에 대해 올해 안에 치매선별검진을 마칠 계획이다. 8월 말까지 목표 대비 82%인 1만2천909명이 선별검진을 받았고, 이들 중 2%인 260명이 치매 확정자가 됐다. 구미보건소는 현재까지 노인복지회관, 마을경노당 등을 순회하면서 60세 이상 노인 2만485명을 대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벌여 의심환자 2천709명 가운데 683명을 최종 치매환자로 확진해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2010년 조기검진을 통해 치매진단을 받은 조모(81'구미시 도량동) 씨는 "당시 기억력이 나빠지고 가끔 집을 못 찾아 길에서 방황할 때가 많아 보건소를 찾아가 치매검사를 받게됐다"며 "담당 공무원의 도움으로 치매거점병원에서 확진을 받은 뒤 꾸준하게 약을 먹으며 치료한 결과 지금까지도 일상생활을 하는 데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라며 고마워했다.
경산시보건소 이춘태 건강증진과장은 "치매 환자 조기발견, 등록'관리, 인식개선 등 3대 과제를 주요 내용으로 검진비 지원, 치매 약제비 지원, 인지기능 재활을 돕는 통합적인 치료 등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으며, 지금까지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했다.
구건회 구미보건소장은 "경로당, 노인복지회관, 평생교육원, 홀몸노인 가정 등을 방문해 이동 치매검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60세 이상 노인은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치매선별검사를 받으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김수용 기자 ksy@msnet.co.kr
구미 정창구 기자 jungcg@msnet.co.kr
경산 김진만 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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