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가장 무능한 여자는 행복의 조건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가며 몸과 영혼을 처참하게 짓밟는 남자를 떠나지 못하는 여자일 수도 있으리라. 이른바, 의존형 성격장애 여성들이다. 이런 여성들은 배우자들에게 배신당하고 폭행마저 당해 여자로서의 삶이 피폐해져 가는데도 그 남자를 단호하게 떠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자기 주변에는 그나마도 이 남자만큼도 자기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고 지각함에, 다시 그를 선택하게 되는 병리적 심리이다. 그녀는 오히려 마음속으로 '내가 좀 잘했더라면 맞지 않았을 텐데' 하면서 폭력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배우자에게 다시 환상적 희망을 걸고 그의 품에 안기는 것이다. 그녀와 절묘하게 잘 맞는 파트너는 바로 유기불안(버려질 것에 대한 불안)으로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지극히 비열하고 의존적인 성격을 감추기 위해 연극배우처럼 연기하는 독립형 성격장애 남성이다. 그런 남성은 항상 화려하고 유능한 이미지로 자신을 포장해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온갖 에너지를 쏟는다. 그래서 이들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비열하리만큼 친절한 말씨와 점잖고 여유 있는 듯한 거짓된 자기를 연출하여 꿀처럼 달짝지근한 태도로 상대를 녹일 줄 아는 기술이 탁월하다. 그들은 늘 연극배우처럼 관람자들을 위해 자기의 능력이나 풍모에 대한 연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비위 맞추는 데 전력을 다한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타인으로부터 버려짐을 막아내고자 하고 남모르는 초라한 자기 모습을 감추기에 최선을 다하는 생활을 연속한다. 생각해 보라. 얼마나 심신이 피곤하다 못해 녹초가 되겠는가. 그러니 가장 가까운 사람한테 오면 어찌 그 두꺼운 탈을 벗고 싶지 않겠는가. 그 탈을 벗는 순간,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분노와 억압된 공격성, 불안의 찌꺼기들이 한꺼번에 구토되는 것이다. 이른바 배우자 폭력이다. 냉혹한 마음을 가진 부부폭력 행위자는 대개 어릴 적부터 오랜 기간 부모로부터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당해와 애착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읽기가 부족하고 그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정동장애를 지녔기에 단기간 치료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부부나 연인 간 일어나는 폭력은 결코 참고 넘겨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들이 기질적 폭력행동 소유자라서 변화하기 힘들다면 '도망쳐라, 힘껏 달려라. 그 덫에서 벗어나라!'고 외친다.
김미애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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